옛날에 한 십(...) 년 전, 도쿄 처음 왔을 때 갔던 곳이 츠키지 시장과 갓파바시 시장이다. 어시장, 그리고 그릇 시장을 왜 갔는지 모르겠는데 그 때 샀던 작은 밥 그릇을 아직도 잘 쓰고 있다. 튼튼하고, 깔끔하고 십 년이 지났는데 유행타지 않는 소박하면서도 단아한 그릇이다.
이번에 길게 가는 겸 엄마가 심부름을 시켰다. 얇고 얕으면서 넓고, 그러나 접시는 아닌 그른 볼(?)을 사다 달라고. 볶음밥, 파스타, 또는 죽을 담아 먹을 용도란다.
갓파바시 거리는 지하철로 갈 수 있다. 긴자선 다와라마치역 또는 히비야선 이리야역에서 걸어가면 된다. 제일 깔끔한 건 다와라마치역이다.
아사쿠사역으로 나와서 센소지 사원을 구경하고 시장으로 넘어가도 된다. 사실 그릇 시장만 보기엔 좀 심심할 수 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을테니까. 짐 없을 때 구경하고 시장으로 가는 루트도 좋다. 마침 또 아사쿠사역 근처엔 호피 거리라고 해서 노상 이자카야가 쭉 몰려 있는 구간이 있다. 대낮부터 야외에서 생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일본인 모두 볼 수 있는 곳으로 꽤나 활기가 넘치는 곳이니 한 번 지나가면서 구경해도 좋다. 한 잔하면 더 좋고.
https://goo.gl/maps/PbEcveynNLosid1f7
비가 그쳐가는 흐린 날씨라 다행이었다. 그릇 들고 폭우를 뚫을 생각하면 아찔해. 주택가 분위기라 역을 나와서 이렇게 골목 사이로 걷다 보면 상점가 구간이 등장한다.
그릇 시장이라고는 하나, 당연 그릇만 있진 않고 엄밀히는 주방 시장이라고 보는게 맞겠다. 각종 제과제빵 용품, 칼(제대로 된 주방용 칼), 기타 계량 용기 등 디테일을 모두 갖춘 다양한 제품을 한 구역에서 볼 수 있다.
헷갈린다면 지도에서 샵 하나를 찍고 가도 된다. 나는 이전에 갔던 상점으로 다시 갈 계획인지라 그 곳으로 먼저 향했지만 마침 또 거리 초입에 있는 곳이니 좌표 공유한다.
TAKASO
https://goo.gl/maps/fPdTm9T3QWDRGDTP9
대부분 MADE IN JAPAN 제품만 취급하고, 가격은 2~3천원 대부터 10만원 선까지 폭넓게 분포해있다. 소재는 무엇인지, 디자인, 결이 어떻게 들어가있고, 텍스쳐, 유광인지 등등 스펙에 따라 다양하다. 음, 딱 봤을 때 한국에서 4~6만원 선에 구입할 제품이라면 여기서 2만원 선에 구입할 수 있다.
이렇게 그릇이 무더기로 쌓여있는 곳도 있는데 이런 곳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다. 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겹치는 제품도 꽤 있다. 유행이 있는 건지 아님 기본 제품이라서인건지 쇤네도 잘...
또 다른 추천할 만한 곳은 아무래도 브랜드(?) 이름을 걸고 운영하는 샵 같다. 제품에 가게 상호가 박혀 있는 걸로 보아. 가격대는 모아두고 파는 곳보다 10% 정도 더 비쌌던 것 같은데 그릇 시장이라 다 고만고만한 가격대라 크게 부담되진 않는다. 여기서도 사실 한 세트 샀다. 귀여우면 최고심.
CO-BO-NO
https://goo.gl/maps/koQPku5hRwxNWftt5
개인 브랜드샵 말고도 당연 모아두고 파는 곳이 대부분이다. 그 중에서도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이 곳이다. 사실 뭐 갓파바시 가면 꼭 들르는 곳이기도 하다. 후와리. 지하에 상당히 많은 양의 그릇이 있고 가격이 아주 모범생이다.
FU WA RI
https://goo.gl/maps/ph9Ghub9WbkBsQY29
아마 처음에 왔을 땐 여긴 모야 하고 들어갔던 걸로 기억하는데, 이번에도 역시나 사람이 가장 많았다. 구경하기도 재밌고, 아마 먼 나라에서 온 사람들은 그릇 사들고 가기가 부담스러웠겠지만 나야 뭐 이웃나라 아닌가. 어머니, 제가 심부름 함 제대로 해보겠습니다. 열심히 찾아보자.
사이즈, 색상, 결이 다양하게 있고 무엇보다 무난하고 깔끔한 디자인이 많아서 취향에 맞다. 여기서 2pcs 사고, 또 돌아다니면서 다른 텍스쳐, 패턴에 좀 더 얕은 제품을 2 pcs 샀다. 그렇게 총 4개의 접시를 들고(...) 그릇 쇼핑을 마무리했다. 5만원 정도 이내로 이 퀄리티 제품이라면 꽤나 만족스러워.
시간이 없어서 바로 움직이려 했는데 길을 가다 무심코 발견한 곳에서 간단히 식사를 했다. 갓파바시도 그렇고 이 날은 뭔가 추억 여행이었는지? 처음 도쿄 여행 때 갔던 진보초의 '사보우루' 같아서 (메론 소다와 나폴리탄을 먹겠다고 가서 담배 연기 속에서 열심히 식사를 했다...) 괜스레 들어가버렸다. 역시나 사보우루랑 비슷하다. 노포 카페.
Kissaten Cisz
https://goo.gl/maps/dNarAVquumP9Ep4T9
옛날 일드에 나올법한 그런 동네 경양식당 겸 카페다. 동네 주민이신지 잘 꾸민 할머니 두 분이 커피와 디저트를 드시고 계셨다. 한 손엔 담배를 들고. 여전히 도쿄에 실내 흡연 가능한 음식점과 카페가 일부 있다.
멋쟁이 어르신 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랄까. 이자카야도 그렇고, 현지 분위기 꽉 차있어 분위기는 제대로다. 다만, 이런 곳은 대부분 현금만 받는다. ( 탈세의 매력이야 뭐야 ) 오잉 근데 이 곳은 다행히 카드를 받는 듯하다. 물론 난 현금으로 냈지만.
아! 카드 결제가 되어도 점심 때는 현금만 받는 거나 하는 경우도 있다, 대놓고 식당 앞에 프린팅 되어 있진 않으므로 가능하다면 먼저 확인해보고 들어가는 것도 좋다.
예전에 나폴리탄은 먹어봤는데 달아서 취향이 아닌지라 커리로 시켰다. 인스탄트 액체 스프에 양배추 샐러드, 커리 얹은 파스타다. 야채도 아주 부실합니다. 그치만 맛있습니다! 파마산 치즈를 내주고, 물은 아주 시원했다. 소품이 많아 답답할 것 같아 보였지만 선풍기 바람에 맞바람이 치는 실내는 서늘하고 편안했다. 그릇 들고 돌아다녀서 시장이 반찬이었나.
사장님이 LP로 노래 틀어주신다. 젊은 한국인(아시려나) 여자애가 와서 그런지 레트로 city pop 틀어주셨다. 귀여우셔라. 커피도 마실까 하다가 갈 길이 멀어 접시를 비우고 좀 앉아 쉬었다. 담배를 못 펴서 분위기를 다 느끼지 못해 아쉽네. 커피 한 잔에 케이크 한 조각 정도로 먹으며 쉬었다 가도 좋았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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