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에는 미술관이 꽤 많다. 물론 서울도 많긴 한데, 실제로 내가 갈만한 곳은 한정된 느낌이다. 아예 공립으로 저렴한 입장료로 갈 수 있는 국립, 시립 미술관이랑 뭔가 문턱을 넘어서기가 힘든 개인 갤러리. 그러다 간혹 시즌 단위로 전시를 운영하는 곳이 있긴 한데... 싀아앙 인스타 염병 사진 찍을 것 같은 구성으로 개빡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
몇 번의 여행으로 경험한 도쿄의 미술관은 학생 우대(무료 입장까지도)도 꽤 많고, 무엇보다 이 가격에 이 정도 큐레이션과 구성에 대한 놀라움이다. 특히 각 전시의 디테일이 단순히 뭔가를 보러 가는 게 아니라 문화 생활로 시간을 보낸다는 느낌을 준다. 무엇보다도, 꼭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다해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좋다.
무튼 간에 주변에 이 곳이 있다면, 그리고 괜찮은 전시가 진행 중이라면 추천하고픈 곳을 정리해본다.
1. 와타리움 미술관 ★★★
이번 여행은 아니지만 이번처럼 혼자 도쿄 갔을 때 갔던 곳이다. 겨울이었고, 날이 꽤나 추웠는데 쇼핑하기 위한 상점가가 모인 곳에서 조금 떨어진 한적한 곳에 건물이 위치해있다. 건물 전체가 미술관이고 층 면적은 넓지 않다.
https://goo.gl/maps/Lhj28EuvRAYcHMiQA
멤버십도 있고 (대림미술관과 비슷한 느낌, 다만 조금 더 작고 작가 위주다), 전시마다 입장료는 다르다. 보통 가격은 1,500엔 ~ 2,000엔 정도.
사진은 역시 이전 여행에서 찍었던. 5-6년 전이지만 건물 구조는 비슷하니까. 작가 전시 위주라 이전에 본 적 없는 작품을 보기 좋다. 보통 국립, 시립이든 당대 미술관을 가면 전반적인 결이 비슷한데 여길 오면 좀 더 개성있는 전시 관람이 가능하다.
2. 모리 미술관 ★★★★
롯폰기 모리타워에 위치해 있다. 미술관은 타워 꼭대기에 있어서 전망대와 같이 보기도 하고, 꼭 전망대를 추가로 끊지 않더라도 미술관을 둘러보면서 야경 뷰를 볼 수 있다. 통창이 전시실 군데마다 있기 때문에.
https://goo.gl/maps/YdjraAmkTWF3uEnp6
매번 도쿄 갈 때마다 전시를 새로 준비하고 있었어서 못 갔는데 이번엔 운이 잘 맞았다. 여행객에게 모리 미술관의 장점은, 대부분의 상점가나 미술관이 아무리 늦어도 8시면 끝나는데 (아주 간혹 9시) 이 곳은 밤 10시까지 운영한다는 점이다. 입장료는 18천 원 정도.
롯폰기 역을 나오면 합정역 메세나폴리스 같은 플렉스로 연결된다. 명품이나 디자이너 브랜드 단독 매장이 주로 있고, 중간에 음식점과 맥도날드가 있다. (1층은 맥카페, 2층은 맥도날드) 모리미술관은 엘리베이터로 올라가는 식이다. Mori Tower 를 찾아서 가다 보면 이렇게 야경도 볼 수 있다. 해가 길어지는 시기라 걱정했는데 8시 넘으니 어디든 저녁은 맞다.
이 날 본 전시는, < 월드·클래스룸:현대 아트의 국어·산수·이과·사회 > 라고 해서 각 과목과 연결된 작품이었다. 학교나 학원이 주제는 아니고 말 그대로 과목이 주제인 듯 새로운 것들이 많았다. 일부 촬영 금지인 작품을 제외하곤 촬영도 가능하다. 사진은 많이 찍었지만 블로그에 포스팅하긴 어려우니 생략.
3. 아티존 미술관 ★★★★★
아티존 미술관은 도쿄역에서 걸어서 10여 분 정도로 갈 수 있다. 짐 보관함이 따로 있는 것 같긴 한데 캐리어 보관까지 가능했는지는 잘 기억이 안난다. 하지만 입장 제한이 있으니 미술관 쪽에서 허락만 한다면 상관 없을 듯.
https://goo.gl/maps/CBTdxBhzh9iqPCLv8
건물 1층으로 입장하면 저층은 미술관이다. 아티존 미술관에 방문하기 얼마 전 도립 미술관에서도 앙리 마티스전을 하고 있었는데 개인적으론 아티존 미술관에서 본 전시가 이번 여행에서 최고였다.
1층에서 입장권을 결제하고 반층 올라가면 짐을 보관할 수 있다. 미술관 대부분이 QR 코드로 입장을 하고 있고, 층간 이동시에도 QR 로 인원 수를 제한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부분)
작품 대부분이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몰카왕국 양대국 한국과 일본답게 여기서도 핸드폰 촬영음을 무음으로 할 수가 없어서(...) 찰칵 소리를 내면서 사진 찍는 이들이 있었다. 사실 뭐 사진 촬영 금지인 전시는 아니었던 지라. 하지만 소리가 들릴 때마다 정신 사나운 건 사실. 그냥 환경음이려니 하고 둘러봤다.
재단에서 갖고 있는 작품도 있고, 또 빌리거나 서로 상호 교환 전시하는 듯하기도 한데. 작품 옆 설명에 Recent Acqusition 이었나, 아무튼 최근에 발견 혹은 취득하게 된 작품을 별도로 표기가 되어있었다. 때문에 물론 사진 촬영도 제한이 있었다.
유명한 작가인데도 처음 보는 것들이라서 아주 재미있었다. 하긴 살아 생전에 얼마나 많은 것들을 남겼을까. 누군가의 시간을 쫓아가는 것도 새로운 모험이니까. 아무튼, 전체 작품 수가 많음에도 꽤나 중간 중간 많은 비중으로 있었어서 신기했다. 돈 많나봐.
4. 도쿄 도립 미술관 ★★★
역시 현대미술 쪽이고, 우에노 공원 안에 있다. 우에노 공원에는 국립 서양미술관, 국립 박물관까지 총 3개의 박물관이 있다. 한 번에 둘러본다면 이 곳에서 보는 것도 꽤나 시간 내기 좋을 것 같다.
뜬금 없지만 이 날은 푸드 페스티벌을 하고 있었다. 사전 신청으로 운영되는 건지 뭔가 정기적인 느낌은 아니고 메뉴별로 있는? 외국인들이 주로 먹는 편이었고, 견학 온 학생들도 간식 요기로 먹고 있었다. 이런 행사가 아니어도 우에노 공원 안에 스타벅스가 있어서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 가는 것도 좋다.
https://goo.gl/maps/snwQZCom6g8XHDrS8
예술의 전당 같은 느낌이다. 미술관 안에서 전시가 1개만 있는 건 아니고 여럿 있다. 다만 상설 전시가 있는 느낌은 아니고 입장료로 들어가는 특별 전시 위주다.
이 날은 앙리 마티스전이 있었다.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갔는데도 토요일 오전이라 그런지 사람이 꽤나 많았다. 예술의 전당 맞나봐. 전시는 가격 이상이었다. 재미있어서 한 바퀴 더 돌았으니까. 1시간 반 정도는 잡고 돌아봐야할 것 같다.
굿즈샵은 사실 크게 볼 일 없고 가격이 비싸다. 돌아다니면서 보니 Baggu 장바구니나 에코백을 정말 많이 들고 다니더라. 작은 클러치나 크로스에 가방을 하나 더 드는 식이 많았는데. 편의점 포함해서 직접 장을 많이 봐서 그런가보다.
5. MOT 도쿄도 현대 미술관 ★★★★
위치가 주요 관광 명소와는 좀 거리가 있어서 짧은 일정이라면 넣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우에노와 비슷하게 이 근처도 꽤나 한적한 골목 바이브라 꼭 목적지가 없더라도 날씨 좋은 날이라면 가보길 추천한다.
https://goo.gl/maps/aMdqTsE6B48smmxH8
무엇보다 도립이라서 입장료가 저렴하다! 4~500엔 정도였던 걸로 기억하니깐. 우리나라 국립현대미술관이랑 같다고 보면 된다. 공간감이 상당하고, 또 바로 옆 키바공원이 꽤나 넓어서 운동하는 사람들, 체험학습처럼 야외활동 나온 아이들과 산책하는 가족 모두 한 번에 볼 수 있다.
1층 외부에서 보면 건물이 무슨 회관처럼 생기기도 해서 미술관 맞나 싶겠지만, 여기저기 미술관이라고 쓰여 있다(...) 무료 상설 전시, 그리고 특별 전시 모두 하고 있었다. 굿즈샵은 굳이 티켓 없어도 들어갈 수 있다.
전시도 좋긴 했지만 건물이 기억에 남는다. 상당히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는데, 검색해보니 1995년 야나기사와 타카히코라는 일본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리고 이후 2019년에 조 나가사카가 리뉴얼 작업을 했다고 한다. 블루보틀 매장 대부분을 설계한 사람이다. 성수 블루보틀 역시 그의 이력이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는 손잡이의 선이나 바닥 마감, 그리고 시야가 뻥 뚫린 로비 통로를 걸어가면서 받는 느낌이 새로이 느껴진다면 건축가의 의도를 느끼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굿즈샵에서 파는 로고 키링이 너무 귀여워서 사고 싶었는데 지금 거의 랑종(...) 수준으로 키링이 많아서 참았다. 그만 사 이년아. 근데 지금 또 사진 보니까 괜히 살 걸하는 후회는 든다.
※ 사우스 인디안 레스토랑, 난디니 NANDHINI
https://goo.gl/maps/9cSTUQqynNv7SKmF8
아 미술관 추천은 아니지만, 도쿄 도립 미술관 근처 맛집 추천! 따로 저장해놨다가 간 곳인데 너무 맛있었다. ㅠ.ㅠ 인도 분들이 운영하는 것 같구요. 런치는 저렴한 대신 '현금만' 받습니다. 바보같이 현금을 모자르게 들고 들어가서 맛있게 먹고는, 캐셔에 쓰여있는 문구를 보고 당황.
하지만 직원 분이 다행히 내 상황을 이해하고 기다려주셔서 주변 ATM 에서 뽑아왔다. 스미마셍.
메뉴판을 자세히 안 보고 (배고파서 그래) 무작정 시켜서 과식 후에 조금 남겼지만. 개인적으론 커리 1~2개 정도 있는 세트면 충분하다. 한국의 천정부지 치솟은 물가에 적응한 내 눈에,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아서 잠시 눈이 돌았나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최고시다.
인도 음식이란 것이 원래 먹다보면 혈당 스파이크 장난 아니어서 진짜 배부르다. 여기에 음료까지 무료인 게 런치 세트라 망고 라씨까지 아주 잘 먹었습니다.
'떠나요 Travel 1 > 일본'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후쿠오카] 나홀로 4박 5일 여행 - 후쿠오카 공항에서 시내 이동, 스타벅스 겨울 메뉴 (1) | 2024.01.07 |
---|---|
[일본/후쿠오카] 나홀로 4박 5일 여행 - 숙소 더 라이블리 후쿠오카 하카타 더블룸 (1) | 2024.01.06 |
[일본/도쿄] 7. 조경 산책 - 우에노 공원 시노바즈노 연못, 고궁 정원 (0) | 2023.06.29 |
[일본/도쿄] 6. 갓파바시 그릇 시장 도구 거리, 노포 카페 Cisz (0) | 2023.06.25 |
[일본/가나가와] 5. 요코하마 당일치기 (아카렌가, 미나토미라이패스) (0) | 2023.06.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