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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공주] 영험한 기운 찾아 계룡산 관음봉-삼불봉 산행

ryootoori 2023. 4. 1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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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스레 충청도는 중부 지방(...)이다 라는 알 수 없는 믿음으로 직접 운전에 도전했다. 이게 맞냐(...)는 가족들의 물음을 뒤로 한 채 악셀 밟아. 무튼 지난 번 오대산과 지옥의 강릉 운전 경험을 토대로 이번엔 새벽같이 기상했습니다. 6시 반에 출발해서 바로 달릴 생각이었으나 아부지의 알 수 없는 별다방 캐러맬 매끼에이토 타령으로 동네 한 바퀴(...) 결국 더 늦을까 바로 고속도로로 향했다. 아마 좀 더 일찍 밟았다면 정체를 피했겠지만 그래도 꽤나 일찍 나온 편이고, 충청을 향해 가는 길목이다 보니 나름 순항했던 듯하다.

 

기 받으러 갑니다,,,


중간 휴게소 들러 커피도 사고, 호두과자도 사면서 20분 정도 잠깐 쉬고 다시 출발하니 3시간 정도 걸려 계룡산 국립공원 동학사 주차장에 도착했다. 보통 7시 즈음에 출발하는 알레버스가 10시 정도에 국립공원 도착하는 걸 생각하면 소요 시간은 나쁘지 않다. (물론 큰 사고 없이 잘 도착한 내가 대견타)

이렇게 산 능선을 쉽게 보면서 오를 수 있다


계룡산은 닭 벼슬을 가진 용인가,, 아님 닭 벼슬과 용인가,, 아무튼 이 두 가지에의 형상을 닮아 계룡산이다. 봉우리가 꽤나 많고 (20개) 주봉인 천황봉을 비롯해, 연천봉, 삼불봉, 관음봉 등 다양하다. 실제로 산행을 하다 보면 보이는 풍경으로도, 또 앞서 가는 목적지 방향에도 봉우리가 많이 보여 마치 다와 가는 듯한 착각을 준다.

뷰는 장난 없네여

 


동학사 (주차장/탐방지원센터) - 은선 폭포 - 관음봉 - 삼불봉 - 남매탑 - 큰배재 - 동학사 주차장

 

주차장에서 나와 길지 않은 식당가를 지나면 매표소가 있다. 그 즈음에서 대부분의 산악회 일행은 우측으로 빠진다. 삼불봉을 먼저 가는 코스일 것이다. 아마 그 코스로 가면 매표할 필요가 없어서 택하는 듯하다.

하지만 나는 관음봉을 먼저 가는 코스를 택했다. 사실 그 이유는 은선 폭포를 향하는 길이 우회해서 올라가는 걸로 알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막상 가보니 기존 내가 찾았던 코스는 막혀 있었고(...) 천국의 계단이 등장했다. 가족에게 다시 한 번 사죄의 말씀 올립니다. 매번 가족 산행에서 이런 지옥의 트래킹을 선사하는 나,,, 맞아도 싸다.

굿즈샵


매표소를 지나 쭉 도로를 걷다 보면 동학사 대웅전이 등장한다. 우리 가족 그만 좀 투닥대게 해주세요(...) 염불 한 번 외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첫 경유지는 '은선 폭포'. 앞서 말한 바 계획했던 경로가 막혀서 천국의 계단을 오지게 올랐다. 무릎도 성치 못할 부모님을 모시고 스파르타 일정을 가자고 한 내가 어찌나 민망하던지. 힘든 걸 떠나서 도가니 어쩔 건데요. 그래도 나보다 더 꾸준히 운동하고 PT 다니는 가족들이라 생각보다 안 지치고 잘 따라왔다. 아부지는 2개의 심장을 가진 사나이로 추정되고, 어무니는 악으로 깡으로 올라가신 듯(...)

108배 하는 마음으로 쭉 계단을 오르다 보면 어느덧 첫 경유지 은선 폭포가 등장한다. 신선들이 숨어 있을 법한 곳이라 하여 은선 폭포란다. 바람이 좀 불긴 했지만 날씨가 워낙 맑고 화창하여 (그리고 맑은 공기) 풍경이 한 몫하였다. 팔도의 산을 돌아다니면서 느끼는 건 왜 과거 양반들이 종을 데리고 굳이 굳이 산을 올라 음주가무를 즐겼는지 알겠다는 점이다. 아니 이런 풍경인데 먹을 거 마실 거 안 들어가? 문제 있어 그럼.

은선 폭포를 지나고 나면 또 다시 수행의 길(...)이 시작된다. 끊임없는 돌 길이다. 사실 돌 길은 올라갈 땐 어렵지 않다. 문제는 하산이다. 놀랍게도 계룡산은 등하산 코스 모두가 돌 밭입니다. ^^ 비브람 밑창 강력하게 추천 드립니다. 그렇지 않는다면 당신의 엄지, 새끼 발가락은 천국의 아이들 알리의 것과 같아질... 무튼 다소 힘들 수 있다. 이번 산행에 나는 폴을 챙기지 않았는데, 내려올 땐 폴이 없었다면 다리에 힘 풀려서 아마 이마 깨지지 않았을까한다.

내 도가니 싀앙...


돌 길과 계단을 지나고 나면 쇠 울타리에 의지해 산 외벽을 따라 걷는다. 그렇게 산을 둘러 가다 보면 보이기 시작하는 뷰. 내변산처럼 저 멀리 바다도 보이고, 마을도 보이고 또 푸르게 물들어가는 봉우리와 능선이 한 눈에 보인다. 산의 즐거움은 앞서 가다가도 잠깐 쉬어가면서 보이는 경치가 또 있으니까.

바닥만 보면서 걸어도 재밌는 곳이 산


드디어 관음봉에 도착. 10시 반 즈음 매표소에서부터 오르기 시작해서 1시 즈음에 사진을 찍었다. 약간의 웨이팅(...)을 감안한다면 2시간 반 이내로 도착한 셈이다. 나름 또 비석과 함께 사진을 찍고 나니 '나 여기 왔었노라'하는 마음으로 마음이 한결 후련해졌다. 산에 오르면서 완주라거나 달성? 성취감 보다는 그냥 오르 내리는 그 자체에서 또 아 맞다 그렇지 하는 되새김의 시간으로 받아들인다. 배고프니까 맛있는 거 먹고, 또 힘들지만 꾸역꾸역 하는 과정에서 피로도 함께 느끼면서. 근력 운동이나 러닝에서 느끼는 엔돌핀은 모르겠지만, 그냥 서서히 조금씩 느끼는 만족감이 맘에 든다.

관음봉에서 지나 내려올 때 뒤돌아본 모습



어디나 그렇듯 인기 명산에서 봉우리는 스쳐 지나가는 곳이다. 정상에서 뭐 먹을 생각일랑 집어쳐야 한다. 왜냐하면 사람이 많아서 그 먼지 바람 속에 도시락 뚜껑 열 새도 없고, 그 때까지 안먹고 버티는 건 더 힘들다(...) 물 한 모금 마시고 또 부지런히 내려갔다. 하산은 아니옵고, 삼불봉을 향해서 또 걸어간다.

1차 관문(관음봉)을 뚫고 나니 마음이 후련해져서 또 가볍게 출발했다. 내가 찾은 코스 안내에선 관음봉에서부터 삼불봉 가는 길이 다소 어렵다고 하던데, 막상 삼불봉 도착했을 땐 그렇지만도 않았다. 아무래도 코스가 달라져서 관음봉 가는 길목이 괘나 힘들었나보다. 고통은 상대적이니까. 오르락 내리락하는 식은 아니지만, 꽤나 돌이 많고 길이 넓지 않아서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속도를 냈다.

 

날씨는 좋았다 날씨요정과 함께해


삼불봉의 고도는 777m, 관음봉은 766m 정도로 비슷비슷하다. 고도가 비슷하다고 해서 쭉 이어지는 길은 당연 아니옵고, 봉우리를 따라 내려가고 올라가고를 반복하면서 향하게 된다. 삼불봉을 향하는 시점에서부터 꽤나 손잡이에 의지했던 것 같다. 직접 발로 내리 찍는 것보단 손잡이에 무게 중심을 반을 덜어내면서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쉬워서.

관음봉 ~ 삼불봉 가는 길목은 탁 트인 시야로 산등성이 틈새로 듬성 듬성 작은 꽃이 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 직접 닿을 순 없는 위치겠지만 멀리서 보는 것만으로도 봄이 왔구나하면서. 구름이 살짝 껴 있고, 바람이 꽤나 세게 불었지만 (아무래도 위쪽이다 보니) 오히려 그래서 더 탁 트인 시야로 갈 수 있어서 만족스러웠다.

봄이 오긴 하나봐



몇 번의 혼란(이제 삼불봉인가?) 끝에 도착했다. 진짜 삼불봉에. 와중에 릉이 있어요. 아저씨들 지나가면서 아니 여기에다가도 무덤을 뒀어 하는 말을 한 5번 정도 들었다. 그러게요. 아부지는 옆에서 똑같이 반복되는 말도 짜증내지 말고 들을 줄 아는 사람이 되라고(...) 하시고. 하핫. 제가 제일 못하는 것이죠. 여유! 여유! 갖겠습니다.

핸드폰을 보니 사물봉에서부터 남배탑까지의 사진이 없다. 당연. 걍 조오오온나 돌밭이에요. 그냥 발가락 부사지지 않게 찍고 내려오심 됩니다. 그러면 여기가 하산인가? (아님) 하는 곳이 등장합니다. 바로 남매탑입지요. 벤치에서 사람들이 도시락도 먹고 있고, 꽤나 넓은 구역이라 하산한 것 같겠지만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 사람들 어떻게 올라온거여. 또 다시 돌 밭을 찍고 내려갑니다. 물이 졸졸 흐르는 천이 보이고, 약수터...는 아니지만 샘도 보이고, 그렇게 마지막으로 나무 다리를 하나 건너고 나니 보이는 아스팔트 도로. 드디어 하산이다.

하,,,하,,산했어요,,


대충 국립공원 입구까지 애플워치로 카운트했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은 약 4시간 55분 (중간 중간 휴식시간 포함). 총 이동 거리 11.6km, 키로당 평균 페이스 25분 정도로 등산을 마쳤다.



맛집
#계룡산산두부집

https://goo.gl/maps/gMD62GxCY9nWoB2S9

 

계룡산 산두부집 · 충청남도 공주시 반포면 동학사1로 273

★★★★☆ · 음식점

www.google.com


사실 올라오면서 삼부자 손두부집을 보긴했는데, 막상 주차를 하고보니 차를 뺐다가 또 주차하고 그러기가 번거로워서 걸어서 바로 앞에 보이는 이 곳에 갔다. 역시나 국립공원 주차장 앞 식당가 답게 합리적 가격에 만족스러운 손맛이다. 아주 배부르게 쓱싹했다. 계룡산 나오는 길목에는 무려 스타벅스 DT도 있으니, 식후땡까지 한 번에 가능합니다. (물론 차로 이동해야 하지만요) 걸어서는 근처에 투썸과 할리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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