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비싸지만 실제로 여행가보면 전혀 돈이 아깝지 않은 스위스 트래블 패스. 우리나라 한강 유람선 가격 생각하면 이 정도는 혜자다. 가는데 드는 항공권이 추가 비용이라 그렇지 유럽 사람들 스위스로 여행 가는 거 너무 이해되고, 나라도 가겠다입니다.
무튼 결론, 처음 결제할 땐 망설이겠지만 이왕 스위스를 가신다면 좀 더 부담을 내려놓고 재미있게 짜기를 바라요. - * 스위스 트래블 패스 결제는 이전 포스팅
1. 패스 이용 및 타는 법
최초 패스를 살 때 설정한 유효일자부터 바로 사용할 수 있다. 주로 지역 내 버스, 기차, 그리고 유람선이나 산악 열차, 케이블카 등 다양하게 패스를 사용하게 된다.
교통수단의 경우 검표원이 돌아다니면서 QR 코드로 유효성을 확인한다. 그 외 스위스패스로 full fare 할인이 아닌 50% 할인이 되는 경우는 키오스크에서 직접 해당 옵션을 택하거나, 직원에게 인증하고 할인가로 구매하면 된다. (하더 쿨름, 고르너그라트 열차 등)
아마 여행자가 거치는 대부분의 지역이 패스 구간이겠지만 아닌 곳도 있다. 미리 계획을 세울 때 지도를 보면서 확인하자.
2023 구간 지도
- 기차
기차는 따로 펀칭이나 개찰구 없이 알아서 탑승하면 된다. 버스보다 기차에선 검표원이 자주 돌아다니는 편이다. 주로 1시간 이상 이동을 하는 경우에는 항상 만났던 것 같다.
Gleis 는 플랫폼 숫자이고, Sektor 는 구역이다. SBB 앱에서 열차 정보를 볼 수 있는데 열차 정보에 어느 Sektor 가 몇 등급 좌석인지 안내한다. 넉넉하게 플랫폼에 도착했다면 본인의 패스 등급에 맞추어 서서 대기하면 된다.
열차 종류에 따라 형태는 다르겠지만 좌석 위쪽을 보면 이렇게 작게 텍스트가 뜨는 칸이 있다. 예약석 여부를 보여주는 곳이다. 예약되어 있는 구간이 노출된다. (예 : Interlaken Ost - Spiez) 본인이 이동하는 구간에 좌석 예약이 되어있지 않다면 자유석이니 그냥 앉아도 된다.
좌석 위에 쓰여있는 숫자가 좌석 번호다. 열차 칸 숫자는 주로 칸 입구에 쓰여 있다. 스위스 안에서 이동하는 구간이 주인 열차는 대개 예약석이 아니다. 하지만 기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만으로도 경치가 좋은 구간이나, 국경을 넘어가는 구간 등은 주로 예약이 되어 있을테니 잘 보고 앉으면 된다.
- 버스
워낙 빨리빨리 성정인지라 한국에서도 시간을 최대한 맞추는 지하철을 선호하는 편인데, (마찬가지로 비행보다 기차 선호) 스위스에서는 버스도 추천한다. 간혹 지연이 있긴 하지만 기차만큼은 아닐 뿐더러 경치를 보면서 갈 수 있는 특장점이 있다.
스위스 패스를 갖고 있다면 버스도 그냥 탑승하면 된다. 따로 검표 절차는 없다. (검표원이 랜덤으로 돌아다닌다는데 한 번도 못 만남)
하차는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중간 중간 손잡이나 창가에 버튼이 있다. (비상 버튼 말고 딱 보면 알 수 있는) 버튼을 제대로 눌렀다면 위쪽 모니터 스크린 상단에 'STOP' 불이 들어올 것이다. 본인의 정류장에 맞춰서 하차 버튼을 누르면 된다.
문은 대체로 알아서 열린다. 혹시 안 열린다면, 문에 달려있는 버튼을 누르면 된다. 스위스 버스는 대체로 정류장간 구간이 짧고 속도도 꽤 빠른 편이니 정거장 순서만 잘 챙긴다면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구글맵에서 알려주는 시간과 거의 90% 일치했다.
2. 2등석 - 환승 구간 주의
아무래도 환갑 부모님을 모시고 다니는 여행이다 보니 1등석을 끊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나야 뭐 거진 노비 신세로 따라가는 것이니 어디든 상관없다. 하지만 나까지 1등석으로 계산하려니 예산이 상당히 부담되었다. (궁상)
하지만 결론은 실제로 다녀보니 2등석으로도 충분하다! 사실 1시간 이내 정도는 뭐. 매일 서울 - 판교로 출퇴근하는 내게 서 있는 데 무리가 없었기도 했고, 3명이라 찢어져 앉을 순 있지만 적어도 부모님끼리는 붙어 앉아서 갔다. 그리고 특정 러쉬 구간을 빼고는 좌석도 넉넉했고 뷰를 보면서 가는 데도 무리가 없었다.
딱 한 번 이게 9호선이야 스위스야 했던 적이 있는데, 알고보니 버스 파업이 있었단다. 게다가 국경을 넘어갈 예정이었던 기차였다. (프랑스로 가는 거였나) 진짜 어마어마하게 꽉 차 있었지만 다행이도 대부분이 환승역 (교대역이냐고) 에서 내리기 때문에 못내리거나 하는 경우는 없었다.
그리고 유럽인들도 으지간히 근심걱정 많은 으르신 관광객이 많은지라. '너 내릴거니?' 이걸 사전부터 물어봐대기 때문에 알아서 파도에 휩쓸리듯 잘 내렸다. Visp 비스프, Spiez 슈피츠 역이 주요 인기 환승 구간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골든패스 구간
루체른에서 인터라켄을 향해 가는 기차는 골든패스 라인으로 유명하다. 뭐 예약을 미리 해야된다 어쩌고 말이 많았는데, 사실 골든패스 구간이 있는 건 알았지만 아무 생각없이 일단 탔던 우리. 남들 다 여행할 대낮에 이동한거라 그런지 (그러면서도 출퇴근 시간은 피한) 편히 앉아서 풍경을 보면서 갔다. 거진 천장까지 통창으로 높이 뚫려 있는 열차였다.
호수를 두는 방향에 맞춰서 탑승 후 진행 방향의 오른쪽, 왼쪽 챙겨 앉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캐리어를 들고 이동한 때라 그럴 여유는 없었다. (사실 어느 쪽에 앉는다고 한들 워낙 창이 커서 잘 볼 수 있고 사진도 다 찍을 수 있다. 문가에서 봐도 되고)
사실 당시 우린 두번째 이동이라 익숙해진 상태. 큰 캐리어는 짐칸에 와이어 자물쇠를 껴서 고정해두었고, 작은 캐리어는 그냥 마주보는 다리 사이에 두고 갔다. 쾌적.
3. 국경 넘는 기차 타기 : 스위스에서 이탈리아로 ★
아, 기차를 타고 가면서 1등석으로 넘어가는 요상한 경험도 하였습니다. 스위스 국경을 넘어가는 법은 아주 쉽다. 스위스 패스 자체가 스위스 안에서 쓸 수 있는 티켓이니 스위스 국경을 넘어간 이후에 대해서만 추가로 구간권을 끊으면 된다.
우리는 인터라켄에서 밀라노로 향하는 일정이었다. SBB 에서 검색하면 Domodossola 도모도솔라 역을 마지막으로 이탈리아로 넘어가게 된다. 그러므로 도모도솔라 - 밀라노 구간권을 끊으면 된다. 사진으로 보면 오후 1시 17분 EuroCity 53 열차다.
단, 이 때 구간권 결제는 열차를 검색했던 SBB 에서 할 것을 추천한다. 왜냐, OMIO 오미오 같은 데서 검색하면 연계되어 있는 트렌이탈리아 티켓을 찾다보니 해당 기차편이 검색 되지 않을 수 있다. 그리고 SBB에서 결제하면 앱 하단 'QR' 아이콘을 누르면 바로 티켓이 떠서 편하다.
SBB 앱에서 웹 브라우저로 연결되어 결제하는 식이다. 뭐 이미 계정 있고, 결제수단도 등록해놨으므로 상당히 쉽게 예매했다. 일주일전만해도 티켓이 가득했는데 하루 전에는 거의 매진이어서 3명 좌석이 다 찢어지긴 했다. 그래도 같은 칸이라 다행.
역에서 기다릴 때 보니 역시 여행 갈 때만큼은 만수르인 한국인들이 (고생하는 걸 원체 싫어하는 우리민족) 1등석으로 타고 가시더군요. 하지만 우리는 2등석으로 일단 탑승했습니다. (스위스패스를 그렇게 끊었으니까)
그리고 도모도솔라역에 정차할 즈음에 우리는 1등석 칸으로 이동했다. 2등석이 매진이라 1등석 좌석을 예매했기 때문. 따로 하차하거나 하진 않고, 열차 내에서 칸을 이동했다. 좌석을 예매했다면 몇 칸 좌석인지도 미리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해당 1등석 칸 바로 옆에 있는 2등석으로 탑승했었다.
싀앙. 2등석은 캐리어 파티여서 사실 난 스위스 안에서는 서서 갔다. 사람도 터짐. 물론 앉아서 갈 수도 있었지만 캐리어가 너무 많아서 자물쇠를 묶어두는 것 자체가 어려웠다. (안에 있는 캐리어를 꺼내고자 할 수도 있으니)
다행히 캐리어 바로 앞 좌석이 도모도솔라까지는 자유석이라 부모님이 앉았고, 난 그 앞에서 서서 이동했다. 사실 이 정도로 사람이 많다면 2등석 좌석을 예매했어도 웃겼을 것 같다. 자유석을 먼저 선점한 사람이 앉아있는 것을 보다가 도모도솔라역이 되었을 때 비켜줘해야하는 것 아닌가.
무튼 우린 그런 고민은 없이 부랴부랴 1등석으로 이동했고, 무사히 자리에 앉았다. 어차피 도모도솔라에서부터도 1시간 넘게 이동해야했고, 1등석이라 좀 더 넉넉한 짐칸에 캐리어를 잘 묶어두고 편히 잠들었다.
4. 교통 수단 외 : 루체른 미술관 Sammlung Rosengart
https://maps.app.goo.gl/s9n86RB4rpX8JXNp6
뭐 빙하 박물관 등 스위스 패스로 박물관, 미술관도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 꽤 된다. 사실 부모님 취향이 아니어서 못 갈 줄 알았는데 시간이 났다. 부모님이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면서 쉬고 싶어 하셔서. 1시간 정도 쉬시라고 하고 바로 앞에 있는 미술관을 다녀왔다.
루체른 역에서 출구만 잘 나오면 5분 이내 거리로 갈 수 있는 미술관이다. 파울 클레, 피카소 작품을 상당히 많이 볼 수 있다. 현대 미술 컬렉션이라서 부담 없이 볼 수 있으니 시간 된다면 꼭 가보세요.
스위스 패스를 갖고 있다고 말하면 이렇게 종이로 안내 티켓을 준다. 옷이나 뭐 알아서 보이게만 두면 됩니다. 스위스는 언어도 독일인데 생활 양식도 그렇고, 전반적인 스타일이 독일이랑 똑같다. (독일도 미술관에선 스티커를 줘서 옷에 붙이라고 함)
잘 봤습니다. (급 마무리) 사실 진짜 좋았어서 더 할 말이 없음. 시간이 좀만 더 있었더라면하는 마음. 하지만 나를 위한 여행이 아니니까 다음을 기약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