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체른은 스위스패스로 유람선 및 리기산 전 구간을 무료로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환승 비행으로 장시간 이동에 지친 상태였고, 오후 도착이었기에 더 왔다갔다 오래 기차를 탈 수 없을 것 같았다.
다음날 일정을 생각하여 중간인 루체른에 첫 숙소를 결정. 그렇게 첫 날은 루체른까지 가는 기차가 전부라 구간권을 끊기로 했다. (다음날부터 스위스 패스 개시)
취리히 공항역 Zurich Flughafen
취리히 공항에 도착하여 취리히 시내로 나가지 않고 바로 루체른으로 이동한다. 취리히 도심에 있는 중앙역이 따로 있고, 우리는 공항역에서 기차를 탄다. 취리히 공항에서 루체른까지는 직행 기차가 자주 있고 1시간 정도면 도착한다.
취리히 공항역은 기차와 공항이 붙어있다 보니 머신이 혹시 따로 있을까봐 바로 앞에 보이는 투어 오피스에 한 번 문의를 하고 끊었다. 눈에 보이는 그 머신이 맞단다.
기계는 다국어 지원이 잘 되어 있고, 영어로 끊었다. 직접 터치패드에 역을 검색해서 FROM / TO 맞춰 끊으면 된다.
따로 할인 혜택이 될 건 없으니 full price 로 결제하면 된다. 취리히 공항에서 루체른까지는 인당 30프랑 정도한다. 드럽게 비싸네. 그래도 기차니까 이해할게.
그럼 이렇게 지류 티켓을 받게 된다. 더 후진 종이를 쓰고 비용을 줄여주면 안되겠니?
아무튼 구간권을 끊으면 따로 특정 기차를 탈 필요는 없다. 20분 이내로 기다렸더니 열차가 도착했다.
사진에 보이는 칸은 '1'이 써있으므로 1등석이다. 우리는 2등석으로 (티켓에 2. Kl 라고 쓰여있다. 2 Klasse) 끊었으므로 그 옆 2등석 칸에 앉았다.
다행히 공항에서부터 가는 사람은 많지 않은지 마주보고 있는 4인 좌석에 셋이 앉았다.
캐리어도 따로 짐 보관함에 넣지 않고 그대로 다리 사이에 넣고 갈 수 있었다. 이럴 땐 짧은 내 다리가 도움이 되는구나 (...)
그렇게 무사히 루체른에 도착. 구간권이 One and Only 교통권인 하루였으므로 숙소까지 걸어간다. 다행히 10여 분이면 도착하는 거리기도 하고 호숫가를 따라 걷는 것이라 전혀 부담이 없었다.
구름은 살짝 흐렸지만 선선하니 날씨 자체는 좋아서 부모님은 뒤에서 경치를 보면서 따라오셨다.
호텔 호프가르텐 루체른 Hotel Hofgarten Luzern
https://maps.app.goo.gl/PuLyZ1y7iXQaq9nW8
오후 4~5시 즈음에 체크인하고 쉬기로 했다. (이렇게 계획한 나를 칭찬한다.) 오후 시간대라 뭐 시내를 더 둘러볼 수도 있긴 하겠지만 사실상 먹거리 식당 등을 제외하곤 호수가에 앉아있거나 하는게 전부다. 쿱이나 미그로스를 비롯한 대부분의 상점이 6시 이전에 닫기 때문이다.
호숫가를 따라 걷다 보면 높은 계단을 따라 성당이 보이는데, 그 성당을 끼고 돌아서 조금만 가면 호텔이 나온다. 역에서 다리를 건넜을 때, 또는 카펠교 부근은 상점가라 북적하고 시끄럽다. 관광객도 많고.
하지만 이 쪽 일대는 한적하고 조용해서 숙소 머무는 동안 너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도심가에 잡는게 맞으려나 긴가민가했었는데)
호텔 입구. 건물 자체는 커서 입구가 너무 작아 맞나 싶었지만 호텔 프론트 들어가는 길이 맞다. Willkommen 이라고 쓰여있는 걸 보니. 다른 입구는 레스토랑 들어가는 입구로 보인다. (차가 다니는)
체크인은 깔끔했고, 널찍한 엘리베이터가 있어서 편히 올라간다. 건물은 층이 서넛 있었던 걸로 기억한다. 전반적으로 유럽 건물 자체가 다 높진 않아서 그 층이나 이 층이나 비슷하다.
객실은 열쇠로 열고, 건물 프론트가 닫혔을 땐 왼쪽 코인 같이 생긴 부분으로 터치해서 여는 식이다. 후에 밀라노 에어비앤비도 이런 식의 열쇠로 드나들었다.
막 그렇게 넓진 않지만 캐리어 펼치고 셋이서 지내기에 충분히 편한 정도. 침대가 싱글보단 커 보이는데 프레임 둘을 붙여서 매트리스로 합친 식이다. 3명이 묵는데 내 침대는 엑스트라 베드처럼 소파베드에 매트리스가 깔려 있었다. 부모님 모시고 다니는 제 신분에 아주 걸맞는 베드로군요(...)
테이블 있고, 침대 맡 근처에는 저렇게 스탠드가 있어서 간접등 활용 가능하다. 창문은 여닫을 수 있고 따로 벌레 있는 환경은 아니라서 방충망 따윈 없다. 커튼은 아주 두껍습니다, 우풍 뿐 아니라 빛까지 모두 차단할 정도인데요. 장거리 비행에 뻗어 못 일어날까봐 일부 커튼은 좀 개어둔 상태로 지냈다.
건너편 호텔도 보입니다. 샬레 느낌이 낭낭해서 또 나름의 뷰가 되네요.
화장실이 꽤 협소한 편이다. 딱 한 사람씩 쓸 수 있는 정도? 샤워 부스는 약간 독일이나 일본 느낌이긴 하다. 건식인 데 비해 세면대 등이 작아서 요란하게 세수했다간 물바다 될 각이긴 하다.
그리고 생각보다 샤워부스 물이 미적지근하게 빠져서 조금 불편했던. 그래도 온수 따땃하게 아주 잘 나오고, 어메니티도 기본은 제공해주어서 (칫솔, 치약은 미제공) 적당히 편하게 썼던 것 같다. 미니 어메니티는 다 챙김요.
티비랑 금고도 있었지만 하룻밤 묵는 처지라 켜보지도 않았습니다요. 전기포트 제공이라고 했는데 방에 없어서 데스크에 물어보니, 그냥 갖다주더라.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 자려고 했는데 뻗는 바람에 실제로 쓰진 않았다.
바로 앞이 버스 정류장이어서 첫 날만 걸었지, 다음날에는 버스를 타고 돌아다녔다. 짐 맡겨두고 유람선 타러 갈 때라던지 다시 돌아와서 역으로 갈 때라던지. 스위스 버스는 상당히 넓고 바닥도 낮아서 캐리어나 휠체어 끌고 타기에 최고다. 노인을 위한 나라가 맞을지도.
조식이 정말 최고에요 ♥
호프가르텐은 호텔이면서 동시에 레스토랑이다. 고급 레스토랑인지 차려입고 오신 분들도 꽤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고 추리닝에 바람막이 입고 레스토랑 기웃거렸더니 매니저가 ㅡ_ㅡ 뭔 일이야 표정으로 본다. 그냥 본 거라고 하니까 "OK" 하는데 떨떠름한 표정. 나중에 내가 투숙객인 걸 알고 밝은 자본주의 미소 (...)
그의 띠꺼운 표정은 차치하고 확실히 레스토랑이 함께한 호텔이라 그런지 조식이 어마무시하게 맛있었다. 과일이며, 햄에 치즈 모두 어찌나 신선한지. 까다로운 부모님 모두 너무 맛있다면서 몇 접시를 드셨다. 특히나 맛없는 스위스에서 조식을 든든하게 먹어야 또 돌아다닐 수 있는지라. 넉넉히 많이 드셔야 하는데 다행이지.
빵 위에 냅킨이 있어서 직접 먹을만큼 썰어서 가져가면 된다. 종류별로 최대한 먹어봤는데 너무 맛있어서 장발장마냥 훔쳐가고 싶었다. 장발장이 왜 빵 훔쳤는지 알 것 같음.
여행 초기라 으르신들에게 불만 없는 여행이 되어야한다는 부담 때문인지 많이 먹진 못했지만 (체할까봐) 정말 맛있었다. 왜 이렇게 긴장했는지, 그냥 이렇게 멀리 길게 여행 오는 게 자주 있을 것만 같지 않았다. 더 잘해야지. (맨날 생각만)
조식 먹고 간단히 정리를 한 후 바로 체크아웃을 했다. 드디어 제대로 된 여행 1일차. 루체른에서 볼 곳은 바로 리기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