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행에서 함께한 일행 분이 차를 좋아하셔서 티 클래스를 갔다. 클래스라기보단 시음회라고 보는게 맞겠다. 앉아서 대화하고 차 마시고, 제주 얘기도 하고. 다기를 데우고, 물을 따르고 또 버리고 한 잔씩 나눠주고 조금씩 마시면서 얘기하다 보면 대화를 많이 하지 않아도 시간이 금방 흘러간다. 그리도 또 생각보다 편안하면서도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 티 테이스팅인 것같다.
사장님 부부가 참 차분하고 친절하신 분들이었다.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강아지를 닮은 남자 사장님이 고양이 같으시고, 고양이를 닮은 여자 사장님이 강아지 같으셔서 재미있었다. 만화 에세이에 나올 법한 결이랄까 덕분에 정말 편한 시간 보냈다.
https://goo.gl/maps/enzNmQufwW72YZH5A
북촌리 동네 안쪽에 위치해있다. 카페나 식당이 모여있는 곳이 아니라서 어? 여긴가 싶게 알고 나면 정말 잘 눈에 띄지만 처음이라면 끝까지 도착해야 알 수 있는 그런 곳이다. 지도를 보니 주변에 올레길이 있어서 테이스팅 후에 바다를 따라 걸었다. 날씨가 좋았던 점이 한몫했다.
네이버 예약으로 시간을 잡을 수 있다. 테이스팅 시간은 기본 2시간이고, 이것저것 듣다보면 순삭이다. 이전에 삼청동 월하보이에서도 시음회를 했었는데, 이번엔 또 전혀 다른 분위기의 공간이다 보니 느낌이 색달랐다.
먼저, 시음할 차를 고른다. 2명이 함께 예약을 해서 2가지 맛을 시음했다. 그리고 이어 또 다른 차를 고르고, 말차로 마무리한다. 차 이름마다 각자 그에 맞게 붙여진 이야기들이 있어서 무슨 맛인지 추정이 안될 수 있다. 다만 맛...이라고 하기엔 차에는 그 나름의 향미가 돋보이는 지라. 또 사람의 입맛에 따라 똑같은 차를 마셔도 느끼는 바가 전혀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메뉴에 있는 차 사이에 아주 큰 차이가 있는 것 같진 않다. 다만 어느 정도 마시는 데의 순서는 있어서, 제일 좋은 건 이런 저런 얘기 후에 추천을 받아 마시는게 어떨지.
시작 전에 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다과가 함께한다. 사장님이 어떠냐고 물어볼 때마다 다 맛있다고 한 내 모습 마치 팜유(...). 하지만 정말 다 맛있는 걸 어쩌나요. 소품도 다 틈틈이 들이신 것이라고 하고, 작은 유과 하나까지 직접 만드셨다고 하니 상당히 금손이신 분이 틀림없다. 메뉴판 글씨도 어찌나 정갈하시던지. 음식점 차리셔도 대성하실거에요.
차 시음회는 차를 천천히 정말 많이 마시기 때문에 가볍게 식사하고 갈 것을 추천한다. 너무 또 많이 먹으면 배가 부르고, 먹은 음식에의 냄새와 맛이 남아있다 보니 차 맛을 온연히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아무튼 빈속은 안된다. 차에는 카페인이 들어있기도 하고, 또 말차도 카페인 함량이 꽤 되는 편이기 때문에. 카페인은 각성 효과가 있지만, 또 우리가 에스프레소를 마실 때 드는 그 각성이랑은 다른 느낌인 것같다. 색이 반투명해서 그런지 괜히 뭔가 덜 자극적인 것 같아보이기도 하고 (...)
차 마시는 것 외에 여러가지 소소하면서도 재미있는 순간이 기억난다. 일행이 코로나 해제가 된 지 얼마 안되어 기침이 잦았다. 옆에선 기침을 하고, 시월희 안에서 임보하고 있는 강아지는 갑자기 짖고 있는 아비규환 속에 차분하게 차를 우리고 있는 사장님. 그걸 기다리는 나, 이것이야 말로 전쟁같은 시음인가. 순간 일행과 같이 웃음이 터져나왔다.
이런 순간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시음회는 정말 차분한 분위기다. 첫 번에 고른 메뉴를 다 마시고 나면 잠깐의 브레이크 타임 후 또 새로 시음을 시작한다. 이미 차를 꽤 마신 상태라면 그 다음에 느껴지는 차 맛은 좀 더 진하게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좀 더 진한 순으로 마시기도 하고. 차를 잘 몰라도 또 새로운 경험과 시간을 원한다면, 티 테이스팅 추천한다. 친구, 연인, 가족과 함께하는 모든 경우에도 참 좋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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