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치기 투어의 마지막은 몽생미쉘 수도원. 야경을 보면서 마무리하는 일정이라 오후 두세시 즈음에 이동했던 걸로 기억한다.
수도원 주차장에 하차 후 셔틀을 타고 수도원 앞까지 이동한다. 걸어서 가는 사람도 꽤 되는 것 같다. 낮에는 그럴 수 있겠지만 저녁에는 바닷물이 차면서 바람이 세져서 쉬운 코스는 아니다.
※ 몽생미셸 섬
https://maps.app.goo.gl/nh5NZicSc3SGt92o8
우리가 투어 간 날은 철인 3종 경기(...)가 있었단다. 입장할 즈음과 경기 종료가 맞물려서 우리 들어갈 수 있으려나 싶었는데 다행히 잘 맞춰 하차했다.
최대한 수도원 근방을 보존하기 위해 차량이 다닐 수가 없는 곳이었는데, 최근 들어 친환경 셔틀 일부만 오다닌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차 안에서 찜통으로 죽을 뻔 했으예.
하차 후 수도원이 보이고 그 앞에 사람들이 보인다. 아무래도 수도원 밖 전경을 보는 것이 또 기념 사진 남기기엔 딱인지라.
내가 간 투어는 하루 안에 노르망디 지방을 꽤 많이 둘러보는 곳이다 보니 수도원 안까지 보는 건 코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선택하면 볼 순 있었는데, 운이 좋게도 우리 투어 크루는 다 비슷한 또래 분들이라 그런지 따로 희망하시는 분이 없었다. (물론 나도)
본격적으로 수도원 마을로 들어간다. 오래된 성벽같은 문을 지나 들어가면 노트르담의 곱추에 나올 법한 작은 마을이 등장한다.
마을 초입에는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던 백여년 된 오믈렛집이 명물이 되어 위치해 있다. La Mere Poulard. 급하게 찬 바닷물로 섬에 갇힌 순례자들에게 제공하던 식사가 지금까지 이어진 셈. 물론 현대에 이르러 가격은 비싸고, 예약해야 갈 수 있습니다 ^^
쭉 마을을 따라 올라가는 느낌이 이전에 일본 여행할 때 에노시마섬에서 신사를 향해 가던 길목과 비슷하다. 서양 중세판 사원인 셈이니깐 뭐 그럴 수 있지.
수도원 앞 무덤을 지나 성벽 외곽을 따라 걸을 수 있다. 마을을 둘러보는 데는 금방이다. 1시간도 안걸렸던 것 같다. 작기도 하고, 또 서로 이어져 있어서 가게도 보고 하다보면 좀 더 걸리겠지만 느낌이 다 비슷하다.
위에서 바라보니 만에서 순례 길 걷듯이 만을 걷는 이들이 보인다. 천천히 바다를 나오는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하고 뭔가 마음이 편해진다.
저녁을 굶고 갈 순 없어서 여기서 간단히 요기하기로. 다른 곳도 여기저기 추천해주시긴 했는데 수도원 안 식당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냐는 생각에. 그리고 점심에 먹은 크레페도 충분했던 지라 양식당을 골랐다.
※ Auberge Saint Pierre
https://maps.app.goo.gl/v5AVwx5Jog4aSbtA9
구글 평점은 꽤나 낮은 편인데 뭐 이 정도면 나쁘진 않다. 보니깐 피자를 테이크 아웃해서 밖에서 먹는 이들도 있긴 하더라. 나는 뭐 그 정도까지 낭만은 없었으니깐. 그리고 와인도 한 잔하고 싶었고.
볼로네제 하나에 와인 2잔, 그리고 심지어 디저트까지 시켰다. 관광객이 꽤나 많고, 한국인도 많이 보였다. 아시안들이 워낙 작은 체격에 술을 들이 붓는 걸 잘 아는 건지 이것저것 추천해준다. 나보고 바틀로 계속 안시킬거냐며 물어보는데... 아니 저기요 안사요...
따로 영문 메뉴판은 없지만 파파고 돌리면 충분하다. 우리에겐 손가락이 있어요. 글라스 와인도 꽤나 비싸지만 뭐 어떠냐 물가가 이 모양인 것을. 그냥 에라 모르겠다 시켰다.
부른 배를 쥐어잡고 마을을 둘러보다가 별안간 세인트 제임스 머플러 구입. 노르망디 쪽이 항구 도시라 그런 건지 세인트 제임스 제품이 많이 보인다... 가 아니고 찾아보니 세인트 제임스가 노르망디 브랜드다. 뭐야? (세인트 제임스 제품 없음)
가격은 택스프리도 없고 유로 환율 감안해도 한국보다 저렴했다. 국내에서 8만원 선이었다면 여기선 결제해보니 5만원 정도? 뭐 다른 기념품은 크게 눈에 안들어왔는데 겟챠했습니다.
마을을 나오니 어느새 해질녘이다. 날씨가 참 좋았어서 어떻게 찍어도 명당이다. 나도 그냥 멍하니 앉아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그래도 올 한 해 가장 큰 목표였던 부모님과 유럽 여행, 잘 마쳤구나 하는 생각도 들고. 앞으로 더 잘 해야지, 근데 어떻게 잘하지? 하는 뭉게뭉게 N의 생각.
워메 저녁께가 되니 구급차가 보인다. 웬열, 간만 시간의 차를 두고 순례자들이 만을 따라 걷는 투어가 있다고 한다. 어지간해선 시간을 지켜 잘 나오지만 홀로 들어갔다가 만에 갇히는 경우가 있나 보다. 계속해서 사람을 찾고 있다. 이게 무슨 일이래.
석양을 보며 나도 기념사진. 어느새 해가 지고 나니 수도원을 비롯해 섬에 조금씩 불이 들어온다. 야경 지대로구요. 야경 사진 마지막으로 남기고 다같이 차로 이동. 이제 다시 호텔로 갑니다.
이렇게 프랑스 여행으로 내 유럽 일정도 끝이다.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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