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도착 3일차, 본격적인 여행 2일차가 시작되었다. 체르마트로 간다. 아마 이때부터 슬슬 부모님도 피로가 쌓이기 시작한 때였던 듯싶다. 템포 맞춰가면서 중간중간 일정을 조정하기 시작했다.
2일차 - 오전 : 체르마트 - 고르너그라트에서 리펠 호수 보기
출발부터 하이킹까지 전반적으로 계획한 시간만큼 소요되었다. 다만 원래 계획은 인터라켄으로 돌아올 때 Spiez 슈피츠 역에서 기차를 타지 않고 Thun 툰 호수 유람선을 타고 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이킹이 생각보다 힘들었을 뿐 아니라 장거리 비행 후유증이 오신 아부지가 몸살이 오셨다. (...) 또 공홈 시간표에 나온 출항 시간에 맞출 수 있는 기차편을 놓친 상태기도 해서, 그냥 체르마트 시내를 둘러보며 쇼핑했다. 사전 조사했을 때도 뭐 호수 2개 다 보면 좋겠지만 필수는 아닐 정도라고 해서 다음날 브리엔츠 호수가 있으니 아쉬움은 없었다.
※ 초콜릿 & 고산지대 고산약 필수!
이전 짐 싸기 포스팅에도 남겨놨었는데 그 때 약을 구입했던 약국 약사 분이 고산약 강조를 하셨었다. 본인도 운동 많이 하고 등산 많이 다니는데도 스위스 가서 힘들었다고. 그 말 믿고 챙겨갔었는데 웬열 우리 가족도 그랬다. 어쩔 수 없나보다.
틈틈이 초콜릿을 먹어주었다. 그리고 고산약을 하루에 1개씩 셋이서 먹었다. 사실 하루 2회 정도를 추천하시긴 했는데 험하게 트래킹을 하지 않으려고 했고.
보니깐 등산을 할 때 급격하게 호흡이 올라간다. 조금이라도 빨리 걸으려 하는 순간 숨이 가빠올 수 있다. 하지만 천천히 걷고, 호흡이 돌아올 때까지 휴식을 중간중간 취해주면서 하산하는 루트라면 거의 고산 증세가 없었다.
1. 기차 타고 체르마트역 도착
인터라켄에서 체르마트까지는 2시간 조금 넘게 소요된다. 체르마트도 그렇고 그린델발트도 어느 쪽에서 가더라도 비슷하다. 가기 힘든 곳일수록 아름다운 곳이니까. 인터라켄 약 2번 정도 갈아타서 Zermatt 체르마트 역에 도착했다.
이 날은 특히 일부 구간 버스 파업이 있었어서 두 번째 환승 구간에서 진짜 오지게(...) 콩나물처럼 서서 갔다. 애초에 체르마트 가는 기차편 배차가 짧지 않기도 하고. 그래도 무사히 도착했고 하차에 어려움 없었습니다.
사진은 마지막 체르마트역 도착할 때까지 탔던 RE 열차. 지역 열차라 무궁화호 느낌이다. 상당히 낡고 느리게 가지만 쾌적하다. 우리나라 1호선 느낌. 사진을 보니 오전 10시 넘어 체르마트에 도착했다.
2. 고르너그라트행 산악열차 @체르마트 GGB
https://maps.app.goo.gl/P1G8cXpAwoV55AUt6
체르마트역을 나오자마자 바로 앞에 고르너그라트로 올라가는 티켓을 끊는 건물이 보인다. 대부분 체르마트역에서 나와서 피리부는 사나이로 걸어가니 그대로 따라가면 된다. 티켓은 들어갔을 때 좌측이 직원에게 끊는, 우측이 키오스크로 끊는 곳이다.
스위스 패스를 갖고 있다면 50% 할인으로 인당 55프랑이다. (왕복 기준) 스위스 뿐 아니라 이탈리아에서도 느꼈지만 키오스크를 낯설어 한다. 그래서 키오스크가 훨씬 빠르니 시간 단축 겸 키오스크에서 끊기를.
처음에 티켓을 끊고 나서도 왼쪽 줄이 너무 길어서 입장 줄인 줄 알고 섰다가 문득 느낌이 쎄해서 이거 무슨 줄이야? 하니 (줄이 너무 길어서 앞이 안보였음) 직원에게 티켓 끊는 줄이란다. Oh. 바로 입장했다.
QR 을 찍기도 하고 좌측 칸막이 같은 곳에 티켓을 대기도 한다. 너무 간격을 붙여서 가면 인식이 안되거나 다음 사람 것에 찍어버리는 상황이 생기므로 간격을 두고 천천히 입장한다.
입장하면 이렇게 넓게 열차 대합실 같은 승강장이 보입니다. 사시사철 추운 곳이라 그런 건지 실내네요.
산악열차를 타면 이렇게 마테호른을 올라가는 내내 보여줍니다. 둥글게 돌아 올라가는 식이라 그런건지. 열차 내부 사진을 찍을 새 없이 주구장창 마테호른 사진만 남아있구먼요. 35분 정도 소요되고 올라가는 기준 오른쪽(탑승구쪽)이 바로 볼 수 있는 좌석이다.
날씨도 너무 좋았고, 열차에 사람들이 남는 좌석 없이 다 앉아있었지만 건너편 차창으로 보기에도 충분했다.
3. 고르너그라트 전망대 구경
https://maps.app.goo.gl/1eFEtGNkamCuSyLj6
고르너그라트 역에 하차합니다. 종점이라 그런지 화장실도 있고 역시 기념품샵도 있습니다. 기념품샵에 귀여운 건 꽤나 많았는데 가격이 비싸서 키링 등 구매 포기. 어차피 난 파리도 가고 밀라노도 가니깐. 키링 적당히 사자.
역마다 화장실이 있으니 줄 서더라도 최대한 틈틈이 화장실 들를 것을 추천합니다. 워낙 넓고 걷는 구간 포함 이동이 많아서 화장실 찾기가 쉽지 않겠지만 유료(티켓 구매) 화장실이 제일 낫다. 사실 스위스는 화장실 걱정은 거의 안했던 것 같다.
내리자마자 구경해도 좋고 전망대처럼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도 있다. 어차피 마테호른이 워낙 크고, 날씨가 청명한 덕에 어디서든 선명하게 사진을 남길 수 있었다.
고르너그라트 종점 꼭대기에서부터 트래킹해서 내려가는 이들도 있다. 뭐 어떻게 구성하느냐는 본인 마음, 우린 최대한 열차를 활용했다. 고산지대인데다가 하이킹에서 굳이 많은 시간을 소요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 이미 여행인 것 자체만으로 하루 2만 5천보는 기본으로 걸었으니까.
4. 고르너그라트에서 하행 열차 탑승 후 한 정거장 뒤인 Rotenboden 하차
얼추 마테호른 뷰를 구경했다면 Riffelsee 리펠 호수를 보기 위해 다시 하행 열차에 탑승한다.
역마다 다음 열차 시간이 보이니, 배차에 잘 맞춰서 구경하다가 다시 열차에 탑승하면 된다. 왕복권을 구매했을 경우 반복해서 구간을 다니는 건 불가하지만(역행 불가) 중간 하차해서 구경하고 다시 승차해서 이어가는 건 가능하다.
하행 열차는 하이킹을 한다거나 구경하는 이들이 많아서 하행 열차는 생각보다 붐비지 않았다. 대충 20여 분 정도 보고 탔던 것 같다.
올라갈 때 거쳤겠지만, 고르너그라트에서 한 정거장 내려온 Rotenboden 로텐보덴역에서 하차한다. 리펠 호수를 보기 위함이다. 고르너그라트에서부터 오는 분들도 있는데 우린 로텐보덴에서 내려간다.
거리는 멀지 않다. 다만 고산 증세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천천히 걸을 것을 추천한다.
아름다운 절경을 보면서 20분 정도 내려갔고, 구경하면서 도시락 먹고 또 다시 올라오고 하면 한시간 반 정도 쓰는 것 같다. 하이킹을 해서 다음 역으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다시 로텐보덴역으로 돌아오는 걸 택했다. 어차피 오후에 또 호수 하이킹 일정이 있기 때문. 굳이 돈주고 산 티켓 값을 날릴 필욘 없으니까.
자잔. 리펠 호수에 도착했습니다. 경치가 장관이죠. 어쩜 이렇게 구름 하나 없이 맑은 하늘과 함께할 수 있었는지. 날씨 요정 고마워. 워낙 넓고 뻥 뚫린 시야라 사람들이 많아도 많아보이지가 않았다.
주구장창 사진 찍다가 보이는 바위 아무데나 앉아서 준비해온 샌드위치를 먹었다. 너무나 부실했지만 고산 증세 때문인지 크게 배가 고프지 않기도 했고. 그래도 따뜻한 차와 함께 간단히 끼니를 때웠다.
대충 이 정도를 내려왔다. 사실 긴 길이 아닌데 고산 증세 때문에 서둘러 급히 가면 안된다. 스위스 트래킹 전반이 다 이런 길을 걷는 것이었다. 하염없이 긴 언덕을 걷는.
자갈도 많이 깔려 있고 숲길이 아니어서 등산화가 아니라면 좀 무리일 수 있다. 부모님은 따로 내가 챙겨온 무릎 보호대를 하셨다. 트래킹 폴도 챙겨오긴 했는데 이 날 왜 안들고 나왔는지 의문. 바보 아냐 나?
5. Rotenboden 로텐보덴역에서 체르마트역으로 하행 열차
그렇게 점심도 마치고, 화장실도 가고 (...) 다시 산악 열차에 탑승했습니다. 내려갈 땐 열차 창문이 반은 열려 있어서 시원한 바람을 쐬면서 하산. 워낙 아름다운 풍경이라 그 날은 그냥 더 이상 트래킹하지 말고 쇼핑이나 할까 싶었다. (무슨 전개여)
하지만 꾹 참고 계획대로 로테호른 쪽으로 올라가기 위해 푸니쿨라 승강장으로 향했다. 오후에 닥쳐올 거친 하이킹 지옥은 예상치 못한 채. 하지만 후회는 없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체르마트 하루 일정을 하이킹으로 꽉 채운 나를 칭찬한다. 호수 트래킹은 다음 포스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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