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출근길에서 순수 도보 시간만 30분이 넘는다. 역에서 꽤 거리가 있는 곳에 회사가 있고, 버스로 갈 바엔 걷는게 더 빠른 곳이다. 환승은 또 어찌나 많은지. 야외에서, 실내에서 많이 걷는 내게 올 겨울 참 편했던 신발들.
몸에 열이 많은 편이고 수족 냉증은 없다. 근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차가워진다고 하지 않는가. 살을 에이는 한파를 체감할 때 즈음엔 괜시리 더 장갑, 모자, 그리고 신발에 신경쓰게 된다. 막상 옷은 짱구 옷장이 된 지 오래... 회사 - 집인데 뭘 바래.
고프코어룩이 (아웃도어룩으로 자연스럽게 멋을 추구한다는 이게 뭔,,) 대세라고 하는데 덕분에 나야 좋다. 난 원래도 기능과 실용 위주였기 때문에. 신입사원 시절 현장에 가면 모두들 이미 그 곳에서 몇 년 일한 줄 알 정도였다. 판교에서 일하는 지금은 아주 자연스럽게 녹아들었고.
아무튼 요즘엔 굳이 어렵게 뒤지지 않아도, 충분히 접근 가능한 가격에 ㅡ. 일상에서 신어도 과하지 않은 기능성과 디자인 제품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좋다.
1. Salomon Speedverse 살로몬 스피드벌스 - KRW 210,000
https://product.29cm.co.kr/catalog/1671906
아 정말 타이밍이 좋았다. 그 땐 무작정 사놓고 충동구매 아녀? 했지만 아니었어. 너무 만족. 색깔이 무난해서 그런지 순식간에 품절이다. 할인 먹여서 사도 십만원 후반은 줬던 걸로 기억한다. 정 안되면 중고로 팔자는 생각이었는데, 아마 밑창 닳때까지 신을 것 같다.
사이즈
사이즈는 230부터 나왔고, 평소 220-225 신는 내게 선택지는 30 뿐이었다. 처음엔 딱 좋다고 생각했는데 신다보면 은근 벌어져서 얇은 양말이면 크다고 느껴질 때도 있다. 다행히 컨버스처럼 약간 반업, 10 업해서 신어도 편하다. 컨버스나 아디다스처럼 약간 신발이 길어보이는 느낌이 분명 있다. (나와 반대로) 키 크고 마른 사람이라면 특히나 잘 어울릴 신발이다.
일상
겉면은 메쉬라서 한겨울에 신기엔 무리다. (스웨터 양말을 꼭 껴입는다면 괜찮을지도) 다만 바람이 선선한 가을가지는 전혀 무리없다. 미국 여행 가서 캐년 돌아다닐 때 정말 요긴하게 잘 신었다. 트레킹화로는 최고다. 둘레길같은 정도라면 추천한다. 디자인으로 기분도 내고, 걷는 맛도 좋다.
등산
아, 그러나 제대로 된 산이라면 얘는 아니다. 이걸 신고 오대산 (관악산 뺨치는 돌길과 계단의 향연) 갔던 기억으로 미루어보아, 일반 등산화처럼 내리막길을 걸을 때의 그 내리찍는 힘을 견딜정도의 밑창은 아니다. 경사가 가파른 험준한 산맥에 이 신발 몇 번 신었다간 골로 갈 듯하니 주의.
2. Salomon RX snug 살로몬 스너그 - KRW 138,000
요즘 눈이 많이 온다. 진눈깨비 눈이 잦아서 비가 오는 것보다 더하다. 방수되면 최고인데 적어도 물에 젖었을 때 양말이 젖거나, 망가지는 신발이어선 안된다.
눈, 비가 함께 오는 겨울이니까
얼어버린 길을 걷기에 스피드벌스는 애매하다. 미끄러져서 머리 깨질 뻔한 적이 두 번 정도 있다. 아디다스 스탠스미스, 슈퍼스타, 컨버스를 빙판길에 신으면 스케이팅하겠단 뜻이다.
패디드 슈즈나 부츠를 사볼까 고민했는데, 생각보다 내 짧은 다리와 핏이 맞지 않았다. 패션으로 신을 건 아니었지만 불편할 정도였어서 결국 계속 구매를 미루다가 발견한 스너그.
아이젠 급은 아니지만 분명 빙판길에서 발이 지면에 닿는 느낌이 덜 미끄럽다. 그리고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물방울이 잘 흩어진다. 내부는 아주 얇은 기모? 퍼가 있어서 겨울에 따뜻하다. (여름 신발은 아니다)
대신 발등 부분이 밴딩이라서 막 신거나 할 경우 금방 늘어나서 신발이 망가진다. 조심히 신는 중. 그래도 쉽게 늘어날 것 같진 않다. 발등 부분을 제외하곤 늘어나는 재질이 아니기도 하고, 그마저도 엄청 쫀쫀하다.
하나 더. 살로몬은 참 비싸다. 아식스, 프로스펙스, 미즈노, ... 같은 스펙이지만 절반 가격에 살 수 있는 브랜드가 스쳐지나가누나...
3. Keen Jasper 킨 재스퍼 - KRW 149,000
아, 이 친구도 정말 사이즈 재고가 없어서 포기하고 있었다. 라움 매장을 가도 너무 힙한 색상만 있어서 그대로 신어야 하나싶었다. 근데 그러기엔 분명 안신고 창고행 당근행일 것이기에...
사이즈
킨 여름 신발은 230을 신지만 그건 발목이 밴드형이라 그렇고, 겨울 신발은 처음이라 매장 픽업으로 했다. 신어봐야 아니까. 처음엔 아 좀 쪼이나? 싶었는데 길들인 지금은 아 ~ 주 편해서 흡족. 발볼이 있는 편인데 이런 내게 딱이다. 모델 샷에서 보이기와 달리 아디다스 가젤이나 삼바처럼 칼발을 위한 신발이 아니다. 기능성 사랑해
발가락 부분까지 끈이 길게 이어져있다. 요게 좋은 점은 발의 처음부터 끝까지 내 품에 맞춰 조절이 가능하단 것이다.
외면은 스웨이드다. 거친 산행으로 인해 금방 젖고, 망가질 것 같아서 그냥 추른길에만 신기로 했다. 빙판길이 있을 날엔 최대한 피했는데, 뭐 간단한 물 튀김 정도는 괜찮은 듯하다.
쿠션감이 상당해서 걸을 때 기분이 좋다. 뭔가 크록스 신고 걷는 느낌? 그에 비해 밑창은 정말 튼튼하다. 솔직히 스웨이드만 아니면 등산에는 살로몬보다 나아 보임.
무엇보다 두께가 꽤나 있어서 겨울 모진 한파에도 발은 추위를 전혀 못느낀다. 예전에 머저리처럼 겨울에 워커 신고 버스를 기다리는데 신발이 얼면서 내 발도 얼어갔던 때가 기억난다. 이제 다시는 경험 못할 젊은 날의 내 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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