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되면 땀이 나죠. 하루 종일 답답하게 갇혀 있는 곳이 어딘고 한다면 발이다. (직장인으로서 궁뎅이도 있지만 오늘 포스트는 발입니다.) 소비를 좋아하는 이라면 인간이면서도 동시에 지네로서의 정체성도 갖고 있다. 양 발에 필요한 건 단 한 켤레인데, 왜이렇게 용도별 신발이 필요한 건지. 또 같은 신발도 색깔별로 어쩜 다양한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발은... 어지간해선 날씬하거나 뚱뚱함에 해당이 없다. 사이즈만 맞다면 아주 다양하게 시도해볼 수 있지 않은가. 날이 따뜻하게 풀리면 그에 맞춰 색도 다양해진다. 물론 지갑도 다양하게 털림
아무튼 신발. 봄에서부터 여름까지 해가 길어져 발에 땀이 나는 그 계절에 신는 것들을 모아봤다. 아무래도 여름 신발은 땀을 흘려서일까, 장마철이 있어서일까 한 번 사면 몇 년간 오래 신는다.
1. Keen 킨 유니크 Uneek 샌들
고프코어 룩에 맞춰 귀여운 재스퍼로 작년에 한창 사이즈 구하기 힘들던 킨. 킨을 처음 알게된 건 사실 샌들 덕분이다. '유니크(unkee)'라는 모델. 가는 로프 끈으로 매듭 지듯이 촘촘하게 꼬아져 있는 형태다. 촘촘한 덕에 생각보다 일반 끈 샌들이나 슬리퍼보다 발이 덜 탄다. (윗면 커버를 경계로 타는 듯하다.) 아무래도 매듭 새로 발이 움직여서 그런건지 골고루 태워준다. (?)
끈 부분은 아주 쫀쫀하지만 또 손으로 당겨보면 살짝 늘어나긴 한다. 생각보다 발 사이즈에 맞춰서 잘 늘어나면서 핏되는 것 같다. 바닥면과 뒤꿈치 부분 밴딩은 스웨이드 재질이다. 그래서 아 이거 물에서 신어도 되나? 하면서 비오는 날에는 최대한 피했다.
그러다가 작년 어메이징한 폭우 장마 때 집에 있던 챠코를 동생이 가져가면서. 울며 겨자먹기로 이걸 신고 다녔는데. 웬열. 물에서 신어도 괜찮다! 다만 연일 이어 신을 순 없다. 일반 샌들에 비해서 건조되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햇볕이 쨍하고 바람이 선선한, 빨래가 잘 마르는 날에 이틀 연속으로 말려야 할 때도 있었다. 완전 물에서 헤엄쳐 나오던 작년 폭우를 떠올려보면.
2. Keen 킨 뉴포트 Newport 슬라이드
원래 킨에서 슬라이드로 유명했던 건 '샨티'라는 모델인 듯. 약간 머렐의 목('moc')과 디자인이 비슷하다. 디자인은 특이해서 눈이 가긴 했지만, 생각보다 발을 잘 잡아주지 못할 것 같아서 지나쳤던 기억이 난다. (개인적으로 플핍플랍을 싫어한다. 그리고 신발 질질 끌면서 다니는 것도 안 좋아함. 본인은 심한 팔자 걸음이긴 하지만.. 모양새보단 소리를 별로 안 좋아해서.)
무튼 뉴포트는 원래 샌들이 주 모델인데, 뒷면이 막히지 않은 슬라이드 모델도 나왔다. 뉴포트 샌들은 호카랑도 디자인이 비슷하다. 보통 호카를 많이 사는 듯한데 호카 특유의 쿠션감 때문인지 너무 왕발(...) 같아서 포기. 그리고 러닝화도 못산 마당에 뭔 샌들이야 미련 뿐인 호카여...
뉴포트 라인은 사이즈가 상당히 작게 나왔다. 발 바닥이라기보단 중간 아치 부분을 잡아주는 밴딩이 상당히 좁아서 그런 듯하다. 아디다스 가젤처럼 칼발에게 편한 신발이라고도 감히 못하겠다. 또 아치를 넘어가는 발가락, 앞코 부분은 좀 넓게 나온 듯해서. 꼭 머리가 큰 '8'자 같다고 해야하나. 평소 신는 사이즈에 5업 헀더니 맨발을 아무리 우겨넣어도 뒤꿈치가 살짝 뜨면서 튀어나온다. 양말 레이어드는 어림도 없다. 결국 +10 업한 사이즈로 교환 신청했다. 킨은 정말 이래저래 매장에서 신어봐야 한다. 신세계 강남점에 신상품이 빨리 잘 들어오는 편이니 매장 찾는다면 추천. (라움 에디션으로 들어와있다.)
3. 츄바스코 아즈텍
츄바스코, 예루살렘 샌들 한창 유행할 때 같이 들어왔던 것 같다. 약간 히피 스타일. 뭔가 여름 해변가가 떠오르는 그런 스타일. 근데 실제로 해변가에서 신으면 안되는 기능... (말잇못) 아즈텍은 슬라이드도 있고 뒤가 막힌 샌들도 있다. 난 샌들. 슬라이드를 샀다면 더 오래 신었을까 싶기도 하다.
킨 유니크처럼 매듭 꼬임새로 되어 있어서 늘어나는거 아냐? 싶겠지만 생각보다 그렇지 않다. 2년? 3년 정도 신었으니 몇 번의 여름을 보냈지만 여전히 짱짱해서 동생도 잘 신고 다닌다. 다만 발 사이즈가 작은 경우 상대적으로 발 뒤꿈치 목 부분이 짧을텐데, 이 경우 신발 뒤축이 접히는 모양새가 되기도 한다. (발 뒤꿈치 사이로 말려 들어가야한다고 봐야 할 지)
발을 덮는 매듭 외 부분은 스웨이드 재질이고, 바닥도 그렇게 딱딱하지만은 않지만 그렇다고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은 아니다. 그래서 발볼이 넓거나 칼발인 사람은 생각보다 불편할 수 있다. 재질이 이렇다 보니 비 올 때 신어도 어느 정도 용인은 되지만, 쏟아지는 우천시엔 발바닥이 까맣게 물드는(...) 상황을 경험할 수 있다. 여름이지만 뭔가 바람이 부는, 또는 끈 샌들이 다소 부담스러울 때 신기에 좋다.
4. 나이키 에어리프트
어쩌다보니 하이브리드 샌들만 사는 듯한 모양새로구나. 에어리프트는 운동화와의 하이브리드라고 보심 되겠다. 와중에 또 이건 건방지게 타비 형태다. (일명 족발이라고 할 수 있는 엄지와 검지 발가락이 구분된 형태) 그래서 맨발에 신는다면야 문제 없지만 가끔 양말에 레이어드하고 싶을 땐 타비 양말을 신어야 한다.
소재는 심플해서 비올 때도 신어도 되지만 그렇다고 방수가 된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대신 잘 마르는 편) 이름에 에어가 들어간 것 답게 쿠셔닝이 살짝 있어서 여름에 신기 편하다. 디자인이 또 약간 메리제인처럼 찍찍이로 막아줘서 그런지 어느 옷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편이라 여름 내내 잘 신었다. 다만 통풍이 잘 되는 느낌은 아니어서 사무실 안에서 가만히 신고만 있기엔 좀 답답할 수도 있다.
5. 챠코 Chaco
완전 샌들 그 잡채. 밑창을 기준으로 끈이 나오고 빠지는 모양새다. 이 때 밑창과 끈이 접하는 부분이 아주 아주 빡빡한 편이라 보통은 자기 발에 맞추어서 어느 정도 조절해두고 그대로 신고 다니게 된다. 물론 그래서 이래저래 발이 흔들려도 편하게 신을 수 있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올 때는 이 신발만큼 좋은 걸 못봤다. 애초에 끈이기 때문에 뭐 마르고 말 것도 없을 뿐더러 밑창과 아래 솔 부분이 모두 미끄럼 방지가 잘 되어 있어서 계곡에도, 비오는 길에도 신기 편하다. 아, 물론 끈이다 보니 발등이 그대로 드러나서 끈 모양대로 발이 타는 재미도 함께 합니다.
챠코도 가격대가 부담스럽지 않아서 가볍게 신기 좋다. 아 챠코 말고, '테바(teva)'라는 브랜드도 있다. 비슷하게 끈 샌들 형태이고 가격이 더 저렴하다. 검색해보니 유행이 지나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 저렴하구나. 귀여운 티자인으로 하나 더 장만해야지.
대충 공통점을 보면 샌들 종류지만 양말과 함께 레이어해서 신을 수 있다는 점. 하지만 실제로 갑갑해서 양말을 함께 신어본 적은 거의 없는 것 같다. 아무래도 현 직장에서 여름을 나면서 출근했던 적이 별로 없던 것 같기도 하고. 또 샌들을 신고 와도 또 회사에선 크록스로 갈아 신어야 해서 맨발로만 있을 순 없었던 것 같다. (따로 덧신을 챙겨 다닌 걸로 기억한다.)
그래도 올 해는 좀 있는 아이템 다양하게 신어보자는 마음으로 레이어드 해서 휘뚜루마뚜루 신어봐야지. 끊임없는 옷장 비워내기의 반복 속에서 결국 남는 건 만고불변의 무난한 옷들이다. 그리고 아무도 안 살(...) 나만의 취향들. 하하. 양말과 쥬얼리로 작은 변화를 시도해보는 올 여름을 기대하며. 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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