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관인지 성향인지 여행을 가면 모든 일정의 세부 계획을 짜지 않는다. 뭐랄까 어느 맛집을 가야한다...와 같은 니즈는 없다. 기다리는 걸 너무 싫어한다. 특히 맛집에 줄서서 기다리는 건 잘 이해하지 못하고 딱히 이해하고 싶지도 않다. (...) 맛있다는 건 알겠지만 기다리는 데서 받는 스트레스가 상당히 큰 편이라 어지간히 맛있지 않고선 남아있는 기분의 값이 마이너스가 된다.
아무튼 이런 나도 나를 모르는, 대충 그때 그때 다른(...) 나만의 기준이 있다. 해서 내 여행 일정은 대개 베이스 캠프가 되는 중간 지점을 찍어두고. 그 근방에서 볼거리, 먹거리, 살거리를 구분하여 핀 포인트만 잡아두는 식이다. 그러다가 보면 자연스레 나만의 동선이 지도 위에 그려진다. 그 근처에 일단 가면 시간 보내는 건 문제 없다. 아 그리고 여행인데 허투루 길바닥에서 시간 보내도 뭐 어때.
이번 도쿄 여행은 짧게 가기도 하고, 또 여름에 다시 올 예정이라 도쿄에서 지내는 친구들을 만나는 데 의의를 두었다. 그리고 가와구치코 여행. 오랜만에 친구도 보고 후지산을 다녀오고 나니, 메인 이벤트를 끝냈다는 안도감 덕분인지 괜시리 더 편한 시간이었다.
1. 오모테산도, 그리고 시부야 스트릿
홍대입구역이나 신사역처럼 회사, 병원, 맛집이 모두 모여 있는 환승 구간이 있다면 그 근방 망원, 압구정 로데오 같은 사이드 골목도 있다. 전자에서는 다양한 브랜드 스토어를, 후자에선 숨어있는 보석 같은 공간을 찾는 재미가 따로 있다.
a. Coffee ☕
경리단길 카페마냥 공간이 협소하고 (테이크아웃 환영) 의자도 작고 하지만 커피 맛 자체는 일품인 골목이다. 근방에는 문래예술촌처럼 지역 내 커뮤니티가 있는 건지 어떤 라벨이 붙어있었다. 실제론 모르겠으나... 걸어다니면서 느끼기엔 동네 자체가 고급진 위치인 것같진 않았는데, 분위기가 이를 바꾸고 있는 듯했다. 자체적으로 지역 재생이 잘 되고 있는건가.
- Little Nap Coffee Roasters 리틀냅커피로스터스
여기도 구글 리뷰가 좋아서 가보고 싶었는데 왜 못갔지? 여름에 가야겠다. 기억이 안나지만 역시 라떼류가 맛있나보다. 난 라떼류를 좋아하지 않아서 저장만 해놨을지도.
- Fuglen 후글렌
여기는 뭐 워낙 유명해서, 드립백 굿즈도 많이 팔고. 근데 내가 갔을 땐 사실 일본인지 모를 정도로 한국 사람이 많았다. 그냥 한국어밖에 안들려서 기빨려서 몇 번 지나갔다가 나중에 다른 지점에서 맛봤던 걸로 기억한다. 라떼류가 맛있는 듯.
- Cafe Rostro 카페 로스트로
친구랑 간 곳은 여기. 야외에 벤치가 있고 테라스도 잘 되어있는데다가, 맞은 편에 하우징 소품샵도 있어서 고즈넉하니 좋았다. 아 그리고 아메리카노가 정말 맛있었다.
- Camelback Sandwich & Espress 카멜백
여기는 뭐 앉을 곳이랄게 없고 그냥 앞에 벤치가 길게 하나 있다. 사실상 대기하는 공간이라고 보는게 더 맞을지도. 대부분 주문해놓고 맞은편 벽에 서 있다. 그래서 혼자나 둘인 손님이 많고, 대부분 테이크 아웃. 난 이름에 맞게 샌드위치와 커피를 함께 시켰다. 샌드위치는 우리집 김여사님 레시피랑 상당히 비슷한데 뭔가 잼을 뭘 넣었는지 좀 더 달달한 자극이 재미있는. 샌드위치는 바로 먹을 것을 추천합니다.
b. Outdoor Shop
아웃도어 브랜드가 오모테산도 근방으로 여기저기 모여있어서 얼마나 다행이던지, 요즘 고프코어룩이 유행이어서 그런건가? 모르겠다. 이전에 도쿄왔을 땐 이 정도까지 플래그십이나 단독 매장이 많지 않았던 것 같은데. 아크테릭스 덕분인건지 뭔지 아무튼 땡큐, 덕분에 편히 쇼핑했어. 한국에서 구하기 힘들지만 한적하니 편하게 쇼핑할 수 있었던 곳들만 남겨본다.
- Mont-bell 몽벨
우리나라에선 고속터미널 엔터식스에서 아울렛 가판대 행사를 하고 있지만 (...) 원래 여기 얼마나 기능성 제품 좋은 것이 많은데요. 물론 일제라 소리는 못 지르지만... 도쿄 매장은 진짜 크다, 지하부터 5층인가.. 아무튼 엘리베이터가 있을 정도다. 층마다 제품도 겹치는 것 없이 진열되어있고 층에서 상품을 고르면 1층에서 포장해서 내준다. 뭐야 뭔데 이거. 시즌 신상품에 색상이 귀여운 것이 많아서 바리바리 손수건까지 사서 나왔다. 하하.
- The North Face
퍼플 라벨 에디션도 있다. 한국 노페랑 달리 정말 무난하면서 디테일이 귀엽고 이쁘다. 근데 가격은 하나도 안이쁘다. 그래서 만져만 봤다. 열심히 돈 벌어서 다시 생각해보자.
- Patagonia 파타고니아
- Mystery Ranch 미스테리 랜치
공간은 정말 협소하지만 제품은 어마무시하게 많은 미스테리 스토어. 직원 분도 친절하시고 좋다. 가방에 정신이 팔리긴 했는데 다음엔 작은 소도구 구경하러 가야지.
- Columbia Factory 컬럼비아 팩토리
혹시나 하여, 팩토리라고 쓰여있으나 아울렛은 아니다. 일반 매장이고 대신 제품이 좀 더 많다.
- Snow Peak 스노우 피크
우리나라 스노우 피크랑은 다르다. 가격대도 높고, 물론 그만큼 디자인도 남다르다. 기능은 잘 모르겠지만 눈 구경하러 간다.
- CHUMS 첨스
항상 가면 기념품처럼 파우치를 사온다. 브랜드 로고 껍데기는 벗겨져도(...) 휘뚜루 마뚜루 쓰기 좋은 제품이 많다. 물통도 그렇고.
※ 맛집은 당분간은 나만 알고 싶어서 공유 안하겠다(?)
2. 국립신미술관
미술관은 내 모든 여행 일정에서 뺄 수 없다. 국내에서 당일치기 여행을 갈 때도 그 곳에 도립 이상 미술관이 있다면 최대한 가려 하는 편이다. 이유야 여러가지, 접근성이 좋기도 하고 비용적인 측면에서도 미술관은 대개 입장료에 암묵적인 상한선이 있는 편이니까. 쉽게 말하자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공공 시설일 경우엔 해가 바뀌어도 항상 유지되는 어떤 그 나라, 그 도시만의 결이 있다. 그런 이질감을 기대하고 가는 편이다.
3. 요요기 공원
https://goo.gl/maps/14xe6pUdMWUuhWtD7
서울에서 시간 여유롭게 남을 때, 날 좋은 주말에 갈만한 곳이 한강이라면 도쿄엔 요요기가 있다. 진짜 공원에서만 2~3시간 유유자적 순삭이다. 한국에서 온 내 덕에(?) 간만에 주말 외출을 한다는 친구. 어딜 갈까 고민하다가, 내가 정말 난 어지간한 건 했으니 우리 그냥 휴일답게 보내보자고 했다. 그러면 점심 먹고 공원을 거닐자는 답변, 좋아.
공원 초입이나 광장에 눈에 띄는 퍼포먼스(?)가 있다. 도쿄 사는 친구 말로는 항상 있다(...)고 한다. 락 음악을 틀어놓고 미친듯이 트위스트 하는 분들, 학생들끼리 매치를 하거나 틱톡을 찍는다. 운동은 당연지사, 합창도 하고 홀로 악기 연주를 하는 분들도 있다. 연주보단 연습에 가깝다, 아 한강에선 못 봤던 것 같아. 워낙 공간이 넓어서 그런지 그래 악기 연습하기 좋겠다. 색소폰을 배우고 있는 친구가 연습할 곳이 없어서 주차장 차 안에서 홀로 연습한다는 말이 떠올랐다.
벤치도 많고, 그냥 앉아있을 만한 공간도 많다. 돗자리 깔기에도 좋고. 아 친구에게 들은 재미있는 이야기, 그 곳에 있는 나무들은 모두 다 관리된다고 한다. 철마다 때에 맞게 관리된다고. 생각해보면 서울에 있는 공원은 트랙을 따라 가로수 느낌으로 나무가 심어져있다. 요요기 공원은 그렇다기보단 거대한 정원 같았다. 거대한 정원 안에 사람이 있고, 그냥 사람이 지나다니는 길이 틈틈이 있는 느낌? 낙엽 사이를 밟으며 걸었다. 생각해보면 경로랄 것도 없이 나무 사이로 구불구불 이어진 길일 뿐이었다. 재밌네.
요요기공원역에서 출발해서, 하라주쿠역으로 나왔다. 걷다 보니 달달한 게 당겨서 크레페를 먹었다. 사람은 많았지만 넓은 공간감에 한산하다고 느꼈던 공원에서 미어터지는 하라주쿠 거리를 함께 하니 어느새 저녁. 친구와 헤어지고 다시 아카사카로 향했다.
4. 재즈바 B Flat
https://goo.gl/maps/ms2KCYviVArtYnLS6
참 좋아했던 만화나 드라마, 또 음악에서도 항상 재즈가 함께하는 인상인지라 재즈 바를 찾아봤다. (무라카미 하루키 딱히 안좋아하는데 뭐야 나) 아마 훨씬 더 숨은 명소가 많겠지만 구글 맵스엔 많이 뜨지 않더라. 그러다 마침 숙소 근처에 좋은 곳이 있어서 마킹해두었다.
공식 사이트에 가면 공연 일정을 미리 확인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할 수 있는 것 같긴 한다 공간이 꽤나 넓어 예약은 필요 없어보인다. 가격은 3만원 선으로, 메뉴 주문은 별도이다. (현장 티켓 구매는 5천원 정도 더 비싸지만 우린 여행객이니 상관없다) 개인적인 취향에 잘 맞았어서인지 가격이 전혀 아쉽지 않았다. 일정을 구글 번역기 돌려서 확인한다. 우리가 가기로 한 날에는 대형 합주가 있었다. 오히려 좋아.
대학가에 오래된 호프집 느낌이다. 나폴리탄과 병맥주, 소세지와 스크램블을 활용한 델리 메뉴들... 칵테일과 위스키, 와인도 있다. 정말 부담없이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 정장을 차려입고 오신 분도 있었고, 우리처럼 캐주얼한 여행객 복장, 그리고 셔츠에 면바지, 다양했다. 클래식이고 레트로다, 내 또래 사람은 있었지만 정말 이 공연을 보러 온 사람이지 힙함과 레트로함(...) 자체를 찾아 온 건 아닐 터였다. 온연히 원하는 걸 즐길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다. 공연은 말해 뭐해 너무 멋져요 각코이 스바라시 이찌방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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