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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요 Travel 1/국내

[강원도 평창] 도가니 나가는 운전 연습, 오대산 비로봉 단풍구경

by ryootoori 2023. 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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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 친구들과 강릉에 갈 포부로 운전연습차 오대산으로 향했다. 이런 저런 상황 다 경험해보자는 마음과 함께 길을 익히겠다는 나만의 다짐이 있었지만 더 큰 깨달음을 얻고 왔다. 주말에 서울서 강릉 가려면 해뜨기 전에 출발해야한다는 것. 잊지 마시오.

당시가 단풍 절경인 시즌이라 (화담숲 쪽은 예약 경쟁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평창 톨게이트를 넘어서는 것보다 그 다음에서부터 오대산 안에서만 1시간을 운전한 것 같다. 거의 기어가는 지경이었으니 말 다했다.

 

해질녘에도 선명한 단풍색

 

부모님을 태우고 차를 끌면서 이 나이에 호적에서 파일 위기(...)가 있었지만! 무사히 도착했다. 원체 차가 막히니 대충 이쯤이겠다 싶은 주차장에 차를 대고 눈에 보이는 둘레길을 따라갔다.

 

국립공원에서는 쓰레기를 버릴 수가 없기 때문에, 먹을 것뿐만 아니라 여분의 비닐 봉지 등을 꼭 챙겨 가야한다. 당연한 것이 초행자에겐 아닐 수 있으니 꼭 인지하길 바라며.

 

사람들이 통상적으로 말하는 '오대산 단풍'을 보려면 월정사 선재길로 가야한다.

왜 이렇게 쓰는고하면 난 몰랐다. 부모님은 이전에 월정사 숲길로 갔던 적이 있어서 아무 이견 없이 비슷하겠거니 하고 나의 선택지를 따르셨다고 한다. oh my.

 

하지만, 우리는 '상원사'를 따라 올랐다. 템플 스테이가 있는 건지, 외국인 무리가 가득이었다. 이미 한창 늦게 도착한 지라 대부분의 한국인은 하산길이었다. 외국인(한국말을 한다. 뭐지 교환학생인가? 어학당인가) 무리는 이제야 오르고 있었다. 아마... 오전 체험이 있고 꼭 정상에 오를 필욘 없는 프로그램이었겠거니 싶다.

 

※ 검색해보니 월정사 템플 스테이가 있다. 월정사는 규모가 꽤 큰 편이기도 하고, 템플 스테이 뿐만 아니라 평창 주변에 볼 것이 많으니 명상 프로그램을 통해 숙박을 대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겠다.

 

아무튼 주차장에 차를 대고, 계곡물이 흐르는 천을 따라 걸었다. 평지에 가까운 선을 따라 쭉 따라가다 보면 도로와 사람들이 보인다. 사실상 오름길이 시작되는 길목인 셈이다. 물론 이 곳까지 차가 올 수있다. 아무래도 절(상원사)이 있으니까 당연하겠지, 하... 이렇게 오대산에 아무도 안 오를 줄 알았더라면 여기까지 차를 끌고 왔어야 했다. 오기 힘들어서인 이유도 있지만, 문제는 하산 때였다. 해가 다지니까 순식간에 산길이 어두워져서 올 때 왔던 둘레길로 갈 수가 없었다. 흙길은 낮에는 햇빛으로 자취를 볼 수 있지만, 밤에는 답이 없다.

 

상원사에서 밑을 바라보는데 확실히 단풍이 절경이었다. 살짝 바람은 불었지만 초겨울인데도 가을 하늘처럼 청명해서 단풍의 색이 그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보였다. 처음 돌계단을 오를 때만해도 마음이 설레었다. 중간 중간 타종 소리, 목탁 소리도 들리고 염불 외는 소리가 스피커에서 나오는 구간이 있어서 마음이 편해졌다.

 

정말 아름다웠다. 날씨가 너무 좋았고 색이 어쩜 이래

 

하지만 그 여유로움은 잠시. 오대산은 해발 1,500여 미터 높이의 산이다. 비로봉, 호령봉, 상왕봉, 두로봉, 동대산이 대충 원을 그리며 이어져있다. 우리는 무작정 오대산을 향해 가다보니 어찌저찌 비로봉을 택했다. 그리고, 엄마 말을 빌리자면 앞으로 살아생전에 다시 오대산에 올 일은 없을 것 같다. 도가니 아작나요.

 

정말 정말 정말 정말 아니 열 번은 정말, 계단이 많았다. 그 형태가 나무냐, 돌이냐, 흙이냐의 차이일 뿐이지 끊임없이 무릎을 꺾어 올라야 하는 산이었다. 한라산도 개인 페이스로 등하산 7시간 내로 끝내는 나지만, 하산을 하던 중엔 허벅지에 쥐가 났다. 무릎이 내 것이 아닌 것 같았다. 이런 산은 주의해야 한다. 습관처럼 오를 수 있는 패턴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전에 뭣 모르고 청계산 갔을 때가 떠올랐다. 이렇게 무식하게 계단 오르기로 오를 곳이 아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더 단단한 등산화를 신었을텐데 판단 미스다. 그리고 이미 오대산에 오기까지 서너시간을 넘게 운전했기 때문에 다리가 많이 긴장한 상태였다. (말이 운전이지, 브레이크를 밟았다 뗐다 기어오는 운전은 정신 건강에 해롭습니다.)

 

그래도 비로봉에 올랐다. 뿌듯한데 하산할 생각에 아득했다. 예전 자연인 특집에 나온 양봉업자처럼 뛰어내려간 것 같다. 무릎은 소모성인데 내 무릎에 너무 미안하다. 머리가 멍청하면 몸이 고생한다더니 바로 그 꼴이다.

 

심지어 당일치기 일정이었다. 서울까지 다시 달려 올라갈 생각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그냥 펜션이나 호텔 예약할까? 자고 출발할까. 맛있는 거 먹고 좀 지지다가 가고 싶어. 하지만 부모님은 멀쩡해보였다. 이런 내 쓰레기같은 체력, 뭘 하겠냐는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았다.

 

고기를 구워 먹는데 굽는 순간 입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세 명 모두 복붙이었다. 하하하.

지금 생각해도 왜 이러는 걸까요? 같은 일정이었지만 처음이니 그러려니 한다. 이런 제 선택에도 군말없이 함께 해주신 가족 여러분께 심심한 감사를 표합니다.

 

※ 오대산 코스 정보

https://www.knps.or.kr/front/portal/visit/visitCourseSubMain.do?parkId=120900&parkNavGb=guide&menuNo=7020096 

 

코스별난이도 < 오대산국립공원 < 국립공원탐방 < 국립공원공단

국립공원공단

www.knps.or.kr

저와 같은 아둔한 사람이 다시 없도록 꼭 코스별 난이도를 확인하고 선택하십시오. 키워드로 오대산 검색하면 땡이 아닙니다. 바보같은 나의 모습 울고 있는 나의 모습 이런 날 비추는 태양이 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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