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냐에서 머문 시간은 반나절인데 투어를 낀 덕에 짧은 시간 본 것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포스팅을 나누었습니다.) 피렌체에선 투어가 매진되서 가이드를 못 들었던 게 아쉽다. 가능하다면 피렌체에서도 꼭 가이드 투어를 하길 추천한다. 시간이 없을수록 더욱.
빠르게 걸어서 산 페트로니오 성당으로 향합니다. 앞선 포스팅에서도 언급한 바 볼로냐가 사랑하는 수호 성인 산 페트로니오에게 봉헌된 성당이다.
산 페트로니오 성당
https://maps.app.goo.gl/jy9t2w2rmPjMEv8M6
볼로냐에서 당시 성당 건설을 주도한 집단은 교황청이 아닌 볼로냐 Commune 즉 시회였다. 역시 똑똑한 애들이 모여있어서 그런지 도시 자체가 강한 Ego 를 갖고 있었나. 아무튼 성당이 봉헌된 이후 약 564년이나 사실상 주인이 없었고, 그렇게 한참 후 교구로 넘어오면서 성 페트로니오 주교에게 봉헌됐다고 한다.
성당 자체는 신기하게도 미완성된 상태인데 이와 관련된 역사도 재미있다. 그 옛날 성당의 1단계 공사가 마무리 되었을 즈음 도시는 역사상 가장 번성했고, 그래서인지 2단계 건설안은 거의 뭐 베드로 성당 능가하는 라틴 십자 형태의 평면과 돔이었다. 그래 너네가 제일 잘 나갔다 이거지.
당연 교황청에선 불편할 것이고 (...) 이에 따라 이 계획안은 끝까지 구현되지 못하고 중단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성당의 얼굴이라 할 수 있는 파사드가 없다. 건물을 하나의 인물로 이해한다면 얼굴이 없는 이유가 마치 교황청에 덤빈 결과물 같아서 재미있다. 너무행.
아 중간에 낭창하게 제일 큰 성당은 어디냐고 물었더니 당연 로마란다. 이탈리아에 로마보다 더 큰 성당이 있을 수 없다고. 아! 그렇네, 맞네요.
바닥에 긴 선을 유리로 따로 보호하고 있길래 이건 무슨 유적인고 하니. 시계라고 한다. 해가 들어오면 그 끝이 저 선에 딱 맞게 떨어진다고 한다. 맞아 성당에서 빛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니까. 그런 걸 보면 종교라는 것이 주는 문명의 힘은 어마어마하구나. 하긴 종교도 어찌보면 문명의 산물이야.
이미 밀라노 대성당을 봐서인지 모르겠으나 과거 하늘 높이 치솟던 욕심에 비해 내부는 상당히 수수했다. 아마 끝까지 가지 못했단 사실이 녹아든 것이겠지.
여행객으로서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보면 아 여긴 뭔가 소박한 성당이네? 싶겠지만 왜 이럴까? 하고 궁금증이 생긴다면 알게 되는 역사가 여행을 더 재미있게 만들어준다고 생각한다. 가이드와 함께 한다면 더 쉽게 알 수 있는 것이고.
Biblioteca Comunale dell'Archiginnasio 아르기나시오 도서관
https://maps.app.goo.gl/x1NxZXvkSNh8EeDX8
또 다음 도서관으로 향합니다. 전혀 지루하지 않아. 예전엔 도시를 여행간다하면 구글맵에서 미술관만 주구장창 찾았는데, 이제는 도서관도 꼭 봐야겠다. 시청과 도서관, 의회와 같은 건물을 보다보면 도시의 문화와 건축을 이해할 수 있다. 오.
도서관을 들어가는 입구에 이렇게 바로 가문의 명패가 보인다. 학교를 빛낸 동문 벽마냥 학교를 졸업한 가문의 명패들이 남겨져 있다.
나 하나의 이름이 아니라 가문으로 패가 남는다고 생각하면 당시 상류층이나 가문이 주는 지위와 압박이 어마어마했을 것 같다. 넷플릭스 브리저튼으로 점철된 판타지 귀족 이미지... 눈감아.
계단을 따라 좀 더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 해부학 강의실이 보인다.
가운데에 해부가 진행되는 긴 테이블이 있고, 강단 영역이 있다. 전체적인 구조와 인테리어를 보면 얼마나 교수 지위가 대단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갑자기 우리나라 교수님덜 생각나네. 흠.
강의실 벽면에도 상당히 많은 역사가 새겨져 있는 편. 당시 전쟁 중에 가장 많이 상처를 입고 수술하게 되는 부분이 코라고 한다. 하도 칼에 코를 베여서. 이 때 코를 이식하는 방법이 팔과 같은 살의 일부를 갖다 대고 있으면 조직이 함께 자란다고 한다. 요즘에도 유사한 의료 기술을 쓴다고 하는데 그런 걸 보면 참 학문은 신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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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길목마다 또 대단하신 가문 흔적이 보이구요.
쭉 제일 안쪽까지 들어왔다. 이 곳에는 비밀의 문(들어갈 순 없음)이 있습니다. 마치 강당처럼 생긴 공간이어서 엇? 했는데 바로 옆에 유물이 남겨져있다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했는데 공간 우측 앞에 작게 문이 있다. 철망이 쳐져 있어 들어갈 순 없는 데 충분히 문 너머의 공간을 볼 수 있다. 문 너머에는 이렇게 옛날 서적과 도서관이 그대로 보인다.